누가 누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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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 김미야
  • 승인 2016.01.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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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의 근간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갑질’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갑질’이 드물지 않게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회자되면서 ‘갑질’도 대중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갑질’은 그 본질상 상대방에 대해 권력이나 이익의 주도권을 선점한 힘 있는 자만이 행사할 수 있기에 ‘갑질’의 대중화란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위에서 ‘갑질’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갑질’의 당사자들이 내세우는 각종 방어논리들도 함께 접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방어논리가 그 구조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논리의 근거가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취약한 명분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대상의 도움을 받는다. 그들에게는 또 다른 ‘을’ 중의 하나이지만 ‘갑질의 피해당사자’에게는 ‘갑’일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한다.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바라는 피해자인 ‘을’에게 ‘갑’은 끝까지 ‘갑’으로서 행세하기를 원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은 희석되고 ‘갑’의 잘못은 정당화의 과정을 밟는다.

결국 ‘갑’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양비론(兩非論)’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갑질’이 대중화하는 주요 원인중의 하나이다.

지난해 연말 경기 이천시의 한 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조합장이 직원의 잘못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설을 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직 내에서는 조직원이 지켜야 할 규정이 존재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책임자는 그 잘못을 질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위압과 공포를 느꼈다면 그 행위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질책하는 사람이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정당성은 더욱 엄격하게 해석돼야 할 것이다. 해당 조합장은 ‘갑질’의 횡포가 아니라며 폭언과 기물파손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농협 이사회에서 요구한 사건당일 주유소 사무실내 CCTV 화면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또한, 일부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과 다른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이 상반되면서 물의를 빚자 특정 언론에 실린 반박성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유감을 표명한 적 없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러한 행위는 앞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물 타기 수법’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가 주장하듯이 정당한 업무수행 중 일어난 사소한 해프닝이었으면, 진심어린 사과로 당사자의 용서를 구하면 해결될 일이다.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노력보다 피해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 보인 또 다른 ‘갑질’은 우리 사회의 성숙하지 못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의 본질은 ‘공정성’이다. 어떠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항상 공평하게 유지해야 한다.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마치 진실인양 호도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몇몇 언론에서 사실관계 및 그에 해당하는 양측의 인터뷰를 충실하게 실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언론은 그들의 보도를 사이비 언론의 횡포로 매도했다.

광고를 통한 이익을 얻기 위해 선출직 조합장을 압박했다는 논조이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팩트’ 확인이다. 특정 언론이 다른 언론을 사이비로 매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주장을 ‘팩트’로 확인해야 할 것이며, 그 사례를 적시해야 할 것이다.

해당 언론은 대다수 농협관계자들이라고 불분명한 출처를 밝히면서 “시급히 언론사 통폐합이 되어야 한다는 한결같은 여론이 지배적이다”라고 적고 있다.

과도한 광고 요구와 이를 거절할 경우 이어지는 폭로성 기사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언론 스스로가 언론의 자유를 구속하는 ‘언론사 통폐합’을 운운하며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언론사들마저 비하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언론은 “효율적인 광고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체를 선택 광고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 명심해야한다”며 발행부수, 법규 등을 내세우며 남들 앞에 나를 내세우는 우(?)를 범했다.

해당 언론사가 밝힌바와 같이 “광고에서 비롯된 언론을 빙자한 매체”가 아니라면, 사건을 보고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사라면 이렇듯 자신의 입장만을 주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해당 언론이 여과 없이 토해내는 일방적인 주장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언론사 통폐합’의 악몽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최우선적으로 대상이 될 언론사는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이번 대월농협사태를 지켜보면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거창한 명제에 앞서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요즈음의 언론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고 주민들을 깨닫게 만들 만한 기사나 논조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권력에 앞장서서 북치고 장구를 치고 있다.

언론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언론이 바로 서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과감히 부딪히며 작성된 사실을 다룬 '글'을 통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목소리를 높여 갑의 횡포로 부터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기고자//김미야

김미야
김미야
news@2000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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