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발견한 맛있는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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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발견한 맛있는 수학
  • 증포중학교 수학 교사 임병권
  • 승인 2007.06.0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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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교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과 우려를 떨쳐버릴 수 가 없다. 이는 학기말 휴가 기간 동안 수업을 계획하고 자료를 준비하며 품었던 기대와는 달리 학생들 사이에 존재하는 수준의 차이로 인해 교수-학습 목표 설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첫 주 3차시의 수학 수업이 끝나고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던 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교무실로 불렀을 때, 그 학생이 어렵게 꺼낸 말이 지금도 내 가슴속에서 두방망이질 치곤 한다.
“너 왜 수업시간에 창밖만 내다보니? 선생님 설명은 듣지도 않는 것 같던데!”
“저 수학 하나도 몰라요!”
“언제부터 그랬니? 구구단도 몰라?”
“아니 구구단은 알아요. 그치만 초등학교 4학년부터 수학 포기했어요.”

   
>> 세계 2,3위의 실력과 학력 미달이 공존하는 교실

 ‘2005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갗를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 중학생의 3.6%가 수학의 기초 학력이 미달 된다는 사실이 발표된 바 있다. 이러한 학습 결손이 계속되고 또 결손을 회복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부여해주지 않는다면 학습 동기는 갈수록 낮아질 것이며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도 점점 더 저하될 것이다.

그런 반면에 교실의 한편에는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존재한다. 미국 교육부가 ‘2006 미국 교육 실태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수학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각각 2위(중2)와 3위(중3)를 차지했다고 한다. 또 ‘국제 학업 성취도 비교(PISA)’가 2003년 OECD 회원국 등 39개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조사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홍콩, 핀란드에 이어 3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교사가 우리의 교육에 대한 끝없는 연찬을 통해 학습 방법을 개선하고 학습 자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해준다.

이렇듯 지금의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극명한 수준차와 개인별 능력차이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교육과정으로 인해 학습 분위기가 저해되어 학습결손의 누적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학교부적응을 초래하여 종래는 청소년비행을 낳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교사로서 이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며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즉 떨어진 학습력을 회복 신장하기위해서 주입식, 전달식의 수업보다는 우리가 느끼진 못하고 있었지만 실생활주변에 늘 있어왔던 수학을 재발견하고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수준별 체험활동을 통해 탐구학습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 수준별 수업에다 ‘이끔이’ 제도 운영

증포 중학교 수학 수업에서는 매 수업 차시별로 수준별 수업을 하기 위해 학생들을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다. 또 각 과정별로 상위 그룹의 ‘이끔이’와 하위 그룹의 ‘도움이’로 나누어 “생활 속의 수학 발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상위 그룹 학생들이 하위 그룹 학생들을 도와주도록 하고, 활동의 결과에 따라 학생들 스스로 기본 과정과 보충 과정의 수준별 학습지를 활용한 개별학습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수업이다.

먼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체학습을 실시한 다음 ‘생활 속의 수학 발견’ 학습지를 푼 후 본인의 수준에 맞는 수준별 보충 학습지를 개별 학습으로 해결하게 된다. 여기서 해결 못한 문제는 각 과정별로 상급 수준의 ‘이끔이’의 도움을 받아 ‘도움이’들이 해결하게 하였으며 교사는 순회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1:1 개별지도 하여 ‘이끔이’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그래도 이해가 어려운 학생들은 교탁에서 교사가 개별적으로 첨삭 지도를 한다. 또 ‘이끔이’가 ‘도움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거나, 교사의 발문에 잘 답한 학생에게는 그 학생이 속한 모둠에 칭찬 점수를 주어 수업에 흥미와 함께 동기 부여를 제공하였다.

수학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수학을 어렵고 딱딱한 것이며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수학의 쓰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한 수학에 대한 사고는 실제 학교 현장의 수업에도 영향을 주어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외면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수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흥미를 유발하여 수학에 대한 학습 능력을 높이고,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적 개념을 형상화 해나가고자 “생활 속의 수학 발견” 이라는 활동지를 교사가 직접 개발하여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 “생활 속의 수학 발견” 활동지란?

“생활 속의 수학 발견” 활동지는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이나 상황을 수학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계산기나 체중계와 같은 생활 속의 여러 도구를 이용하거나 실생활에서 주고받는 영수증이나 광고지, 명함, 학생증 등을 활용한 수업을 구안하여 특별 보충 과정 대상 학생들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딱딱하지 않게 수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피자 사진, 계산기, 신문기사, 체중계, 저울, 등산 안내지도, 잡지, 각종 퍼즐, 어항, 관광지도, 카드, 주택분양 광고지, 명함, 화장지 통, E-mail, 영수증, 도로 표지판, 광고 전단지, 일기 예보 뉴스, 지하철 노선도, 체험 학습 보고서, 공원 입장권, 초대장, 양초, 바둑판, 통계자료, 그래프 자료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동원했다.

   
처음 이 활동지를 통한 수업을 실시할 때에는 “이런 게 과연 수학일까?”, “이런 걸로 실력이 올라갈까?”라고 반신반의 하던 학생들도 한 차시 한 차시가 거듭될 때마다 1등부터 꼴찌까지 자기 입맛에 맞는 학습을 받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적 개념을 깨닫게 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은 수학에 흥미를 느끼며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늘 수업은 부등식의 성질이 있다. 교사는 교실에 있는 모니터로 예쁜 언니가 나온 오늘 일기예보 장면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오후의 날씨가 궁금해지며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여기저기서 키득거리기도 한다. 교사는 일기예보의 방송 원고를 제공하며 총강수량을 계산하게 되는데 학생들은 자연스레 쉽고 재밌게 부등식의 개념을 익히게 된다. 이어서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노선도가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학생들은 가야할 목적지를 예상해보면서 부등식의 개념을 완전히 익히게 된다. 이때 학생들의 입가엔 미소가 띄고 자신에 찬 얼굴로 “선생님! 부등식이 별거 아닌데요?”라며 너스레를 떨고 그걸 보는 교사는 격려와 칭찬을 해주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생활 속의 수학 발견” 활동지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결과에 따라 학생들 스스로 보충과정의 수준별 학습지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기본 과정의 수준별 학습지를 해결할 것인지를 판단하여 다음 활동지를 풀게 되며 교사는 학생들에게 발표할 기회를 주고, 그 내용에 따라 덧붙임 지도를 해 주었다.

>> 교사의 팔과 목이 아플수록 학생은 더 자라고…

나는 좋은 교사란 “잘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고 “잘 공부하게 하는 교사”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더디 가는 학습의 길이지만 40명 모두가 함께 가는 수준별 “생활 속의 수학 발견” 활동이야말로 학력 격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수업중의 무료함과 좌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작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증포중학교 수학시간은 교사의 양손엔 학습도구가 가득할 것이며, 학습지를 푸는 학생들 소리로 교실이 시끌벅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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