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사원 직원의 ‘불쑥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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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감사원 직원의 ‘불쑥방문’
  • 양동민 기자
  • 승인 2008.01.1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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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감사원에 항의 방문 계획

지난 3일 감사원 직원이 이천시의회를 방문했다. 예고 없이 방문한터라 시의원들은 촉각을 곤두 세웠다. 알고 보니 최근 감사원에 제출한 청소용역업체 비리와 관련된 일 때문이었다.

이 직원(5급 상당)은 시의회에 들어서자마자 고발 의뢰인인 의장을 찾지 않고 K의원부터 찾았다. 분명 석연치 않았지만 그의 발언에 의원들은 더욱 황당해 했다.

시의원들은 “그가 ‘시의회 예우차원에서 이렇게까지 발걸음 했다. 보고서가 별다른 문제가 없으니 나중에 망신일 수도 있다. 감사원 감사를 취하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시의원들은 또 “그가 ‘개인의 사견’이라고 전제한 뒤 ‘청소용역업체 관련해 도급계약이므로 문제가 없다. 그리고 돈이 오간 것이 없다면 더욱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시의원들은 이어 “결정적으로 그는 ‘의원들이 이러한 문제를 중앙 감사원까지 올리는 것은 지방분권화 시대에 자치권의 포기’라며 서슴없는 말을 하고 떠났다”고 당시 발언을 설명했다.

그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의회는 일단 당황했다고 한다. ‘나중에 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니 취하하는 것이 났지 않을까’, ‘거침없는 감사원 직원의 말에 이천시의회가 이리도 속수무책일까’. 시의회는 고민에 빠졌다.

우선 감사원 직원의 발언에 신빙성이 있는지 명확히 따져보기로 하고 감사원 측에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감사원 측으로부터 의외에 답변이 왔다.

모 시의원의 말을 빌리자면 “감사원 측이, ‘어떻게 감사가 진행 중인데 일개 직원이 (시의회)의뢰자에게 취하여부를 논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같은 답변에 모 시의원은 불쑥 방문해 예우 운운하며 엄포를 놓았던 그 감사원 직원의 신분확인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꼴이 말이 아니다. 감사원 직원의 입놀림에 한동안 시의회가 잔뜩 움츠려들어야 했다.

아마 다른 일반기관의 직원이 그런 말을 했다면 호통을 쳐서 돌려보냈을 것이다. 민의의 대변자가 감사원에 조사 의뢰를 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직원은 ‘지방분권화 시대에 자치권의 포기행위’라고 단정했다. 그런 발언에 시의회는 오히려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에 앞서 김태일 의장은 청소용역업체와 관련, 감사원에 의뢰할 당시 담당자로부터 ‘감사 요건이 된다’는 답변을 듣고 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차라리 그때 그 담당자가 “의뢰했다가는 지방화 시대에 자치권을 포기하는 행위 입니다”라고 말했다면 고민 할만하다. 시민들은 민의의 대변자 기관인 시의회가 모든 일처리에 있어 보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열 받은 이천시의회가 조만간 감사원에 항의 방문 한다고 한다. 감사원에서 당시 엄포를 놓았던 그 직원을 만난다면 꼭 이렇게 물어봤으면 한다.

“항의 방문하는 것도 자치권을 포기하는 것입니까”라고 말이다. 한가지 더 주문한다면 잠시 구겨진 위상운운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부터 따지고 들었으면 한다.

청소용역업체의 조속한 감사의뢰 말이다. 느닷없이 불쑥 방문한 감사원직원이 감사 의뢰서에 적힌 김태일 의장을 찾지 않고 왜 K의원부터 찾게 됐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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