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안주거리로 등장한 ‘의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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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안주거리로 등장한 ‘의제 처리’
  • 이천뉴스
  • 승인 2008.05.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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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됐으면 과감히 바꿔야한다
인허가행정 문제로 이천지역 사회가 시끄럽다. 이천시가 새로 시행한 ‘의제 처리’ 때문에 대행업체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당 부서 공무원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을, 민원인들은 뿔이 단단히 났다.

민원처리기간 단축을 위해 시행한 ‘의제 처리’가 민원처리 기간을 오히려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원인들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민원인들은 ‘의제 처리’ 시행이 재검토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관청의 취지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민원불편이 계속된다면 이쯤에서 한번쯤 되짚어 봐야 옳을 것이다. 아니다 싶을 땐 과감히 개혁하는 것도 실용행정의 한 단면인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대를 이천시청으로 옮겨보자.

우선 의제처리 전의 경우다. 토목설계업체는 농지나 임야에다 각종 행위를 하고자 하는 민원인과 계약을 맺고 인허가 대행을 해준다. 이들 업체는 서류접수 전 서너 군데의 부서를 오가며 허가가 가능한지 검토절차를 거친다.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곧바로 도면과 사업계약서를 만들어 시에 접수하고, 이때부터 건축설계를 의뢰한다. 이변이 없는 한 일은 순서에 맞게 착착 진행된다.

하지만 의제 처리의 경우는 자칫 했다간 민원인이 큰 피해를 당하게 될지 모를 위험성이 많다. 말 그대로 의제 처리는 모든 인허가 절차를 한꺼번에 처리하게 된다. 일단 민원인은 토목설계와 건축설계를 동시에 의뢰해야 하고 민원서류도 동시에 접수된다. 이 과정에서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을 땐 설계비를 통째로 날려야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모든 민원서류가 한부서로 몰리는 것도 큰 문제다. 바로 허가기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부서에서 모든 민원서류를 접수 받아 해당부서와 관계가 있는 유관 기간으로 협의를 돌린다. 이 일도 만만치 않지만 협의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라도 생겼을 경우 인허가 행정절차는 올스톱 된다. 게다가 전에는 행위에 따라 허가 처리기간이 명시돼 있어 허가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통째로 진행되고 있는 요즘은 가장 긴 허가 처리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니 오래 걸릴 수밖에. 이론상 의제 처리 시행으로 민원처리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몇몇 토목설계 업자에게 의제 처리 시행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냐고 물었다. 우선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고 못 박았다. 처리기간도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은 한마디로 “시대에 뒤 떨어진 행정이 바로 의제 처리”라고 주장했다.

이들이게 실상을 듣고 있는 동안 필자는 무지 답답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까닭에서다. 요즘 이천시 민원행정이 부쩍 까다로워 졌다고 얘기한다. 이는 분명 민선 4기 조병돈號의 시정방침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제안 하건데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여론이 무엇인지, 왜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지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일순간의 문제를 이유로 행정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해서는 안 되겠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아닌 것을 시정했을 때는 큰 박수를 받는다.

벌써 수개월째 술자리의 안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의제 처리다. 시 행정이 더 이상 술자리의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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