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은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택가와 인접한 농경지에서 상습적인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 농가들은 언제 털릴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밤잠을 설치고 있다.
부발읍 수정리의 한 인삼농가. 이 농가에선 최근 들어 6천만원 상당의 4년산 인삼이 집중적으로 털렸다. 이틀 연속 털어가기도 했으며, 전기 감전 시설을 피하기 위해 땅굴을 파서 침입하기도 했다. 그것도 한 농가에만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인삼을 털어 갔다. 요즘 세상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좀 냄새가 난다. 우선 이 밭에는 여러 도둑이 아닌 한 도둑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 일대에는 인삼 농가가 많다. 그러나 도둑은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밭은 지양하고 주택가와 인접해 있는 이 밭을 범행의 대상으로 삼았다. 교통도 불편해 발각되면 쉽게 잡힐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이 농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와 비슷한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찰당국에선 신중히 고려해 봄직 하다.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힘들지만 범행에 성공한 도둑이 보통 녀석은 아닌 것 같다. 농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도둑, 반드시 붙잡아 철창행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 25일 수정리 밭에서 만난 젊은 인삼농가 유모(34)씨는 털린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연실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때론 흐르는 눈물을 참느라 애쓰기도 했다. 그는 “죽을 지경입니다. 다시는 도둑이 들이닥치지 않겠다는 보장만 있다면 지금까지 도난당한 인삼들 모두 잊어 버리겠다”고 말했다.
자식같이 길러온 인삼을 도난당해 분하고 서러울 텐데, 오죽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그만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상적인 생활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다 했다.
수확을 하려면 아직 2년이라는 세월이 더 남아 있어 앞일을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삼은 5~6년간 공을 들이면 3.3㎡당 10만원 안팎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확철을 1~2년 앞둔 인삼농가들은 해마다 기승을 부리는 인삼 도둑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농가들은 법의 보호 아래 마음 놓고 농업에 종사하고 싶어 한다. 이번 연쇄 인삼도둑 사건을 계기로 꼭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젊은 인삼 농군의 눈가에 맺힌 이슬이 며칠째 아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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