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는 어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 예후는 통계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 가령 A라는 기존약물과 효과가 좋은 새로운 신약 B가 개발되었다고 하자. 3기 대장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A라는 약물로 치료할 때 5년간 생존할 확률이 20%이고 새로 개발된 B라는 약물을 투여했을 때 5년간 생존할 확률이 40%였을 때 이 질병에 대한 치료는 B약물이 우수하므로 B약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따라서 치료 성적이 좋은지 나쁜지는 생존률 20%대 40%라는 수치로(통계학적으로) 입증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 병원에서 행하는 진단, 치료(약물, 수술), 예후 등은 이러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정립된 것이다.
개인적인 사견 또는 정당이나 정파의 이념을 떠나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도 이런 통계학적인 입장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방송과 언론은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을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자료를 이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발표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 수입 후 언젠가 광우병에 감염되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보도하고 있다.
괴담수준의 근거 없는 얘기들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으며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여 마치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은 신경정신과에서 말하는 공황상태 즉 비정상적으로 제정신을 잃고 허둥대는 상황까지 와있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1억 마리의 소 중에 3마리가 광우병에 걸렸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어서 병에 걸릴 것이라는 가정 하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광우병의 발병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는 거의 없으며 사실 발병률은 미미한 상태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교통사고에 비하면 그 위험률이 얼마나 과도하게 부풀려졌는지 알 수 있다. 과연 교통사고의 위험도는 얼마나 될까? 2006년도 우리나라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6,327명이었으며 부상자는 340,229명이었다.
매년 6000명 넘는 사망자수를 기록하고 30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수치는 교통사고로 매일 17명 이상이 죽고 930명 이상이 부상당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이 지구전체보다도 더 고귀하다고 하면서 왜 대한민국의 차는 쉼 없이 달리고 있는가? 광우병 걸리까봐 쇠고기 수입을 하지 말자는 것을 주장하려면 매년 6000명 이상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대한민국의 차를 모두 정지시켜야 할 중요한 문제일 텐데. 광우병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교통사고에 대해선 아무도 더 이상 새삼스러워하지 않는다.
광우병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마치 미국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많기 때문에 미국인의 입출국을 철저히 막아야 하고, 내국인의 미국 방문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이나 부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차를 운행하지도 만들지도 못하게 하자는 주장과 같다.
통계적인 수치만으로 보았을 때 광우병은 교통사고에 비해 그 위험도는 비교할 수 없이 낮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야 한다면 이유는 광우병의 위험률 때문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축산농가의 대책마련 부재와 신뢰할 수 없는 식품의 유통구조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는 광우병이 아니라 관리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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