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자기 축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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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자기 축제를 다녀와서
  • 이천뉴스
  • 승인 2008.06.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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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예고등학교 2학년 1반 이화민, 그 봄날의 일본은 따사로웠다.
이화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4월28일부터 5월2일까지. 4박5일 동안 우리는 일본의 큐슈지역을 다녀왔다. 기행문을 쓰기에 앞서, 간단하게나마 다녀온 코스를 정리해볼까 한다.
여행코스는 (이천, 부산, 부산페리호(1박), 시모노세키, 이마리, 아리타, 사세보호텔(1박), 하우스텐보스, 사세보호텔(1박), 하사미, 온다, 시모노세키, 부산페리호(1박), 부산, 학교, 집) 이었다.

첫째 날인 4월28일 월요일은 사실 이천에서 부산으로 가고,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부산 페리호를 타고 일본으로 향한 것 밖에는 없다. 부산 페리호에서 우리는 하루를 보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일본에 도착해 있었다. 파도 때문에 배가 울렁울렁, 속도 울렁울렁 그래서 뚜렷하게 기억나는 거라곤 잠자기 전까지 울렁울렁 거렸던 속밖에........이동하느라 굉장히 고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본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즐거웠던 하루였다.

둘째 날인 4월29일 화요일. 이 날은 일정도 굉장히 빡빡했던 날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던 선생님들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배는 이미 일본 시모노세키 항에 도착해 있었고, 일본에 왔다는 것을 실감도 하기 전에 우리들은 벌써 선생님들과 가이드들의 통솔에 따라 첫 번째 일정을 위해 우리를 3일 동안 이동시켜줄 버스에 올랐다.

깨끗함과 가벼움. 첫 느낌이었다. 버스는 2층 버스로 굉장히 전망도 좋고, 버스기사 아저씨 또한 굉장히 친절하셔서 우리들 한명 한명이 버스에 오를 때 마다 반갑게 인사를 해 주셨다. 그렇게 첫 번째 일정지인 이마리로 향했다. 약3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마리는 ‘올드이마리’라는 이름으로 유럽의 궁중 장식품으로 대단히 중요시된 유명한 도자기 마을이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향하자 나를 맞이하는 것은 나베시마 한 가마하시라는 전부 도자기로 만들어진 난간이 있는 다리였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다리를 보아도 모두 도자기로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 지도 또한 전부 도자기로 되어있어 그야말로 과연 여기가 도자기 마을임을 입증하는 상징물임에 틀림없었다.

땡볕 속에 마을 가운데쯤 올라서서 마을 주위를 감싸고 있는 산들과 집집마다 가마에서 올라온 굴뚝을 가지고 있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참 예쁜 마을이었다. 꼭 일본 애니메이션 속안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그래도 햇빛이 무서워 서둘러 내려왔다. 그런데 일본물가가 비싸서 그런 탓인지, 원래 이마리 도자기가 비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자기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예쁜 것이 있으면 하나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구경만 실컷 하다가 결국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위해 버스에 올랐다.

다음 장소는 아리타였는데 그전에 아리타 포세린파크에서 점심을 먹었다. 포세린파크는 도자기로 유명한 아리타의 이름에 걸맞게 세계의 도자기 문화와 역사를 한군데에 모아놓은 테마파크인데 독일의 츠빙거궁전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유럽의 거리를 재현시켜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일정이 빡빡해서 포세린파크 구경은 잘 못하고, 그곳에서 맛있게 점심만 먹었다. 구경을 별로 못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런 곳에서 식사라도 해보았단 생각을 하니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아리타 공고로 가기위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아리타 공고로 향했다. 도착하니 그곳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서 친절하게 마중 나와 계셨고, 강당으로 가서 여러 가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아리타 공고 전체를 안내해주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시설도 좋고, 학교 밖 풍경도 굉장히 예뻐서 놀랐다. 그 날이 일본천왕탄생일 이라 공휴일이여서 학생들은 몇 안 나왔지만 굉장히 착하고 순수해보여 좋았다. 아리타 공고 바로 옆에는 아리타 요업대학교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에도 방문을 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한국인 유학생이 있었는데 이렇게 일본에 와서 한국 사람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또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곳에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내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모자란 탓에 아리타 요업대학 에서도 일찍 나서야해서 조금 서운한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굉장히 기쁜 마음 또한 많이 안고 떠났다.

다음으로는 규슈 도자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규슈지방의 옛 도자기와 아리타 도자기를 볼 수 있었는데 전시 작품 중 우리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 하나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시관 중앙쯤에 있는 가라쿠리 오르골 시계였다. 그것은 특정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시계가 열리면서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는 시계인데 그 부속품들이 모두 도자기로 되어있는 굉장한 작품이다.

우리들은 그 시계가 열릴 시간을 기다리며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렸고, 때가 되어 시계가 열리고 음악이 나옴과 동시에 인형들이 춤을 추었고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대기 바빴다. 그렇게 가라쿠리시계 관람을 끝마치고, 전시관을 돌아보았는데 도자기들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굉장히 화려했다. 전시된 도자기들을 감상하며, 난 이게 좋다, 난이게 더 멋진데 하며 서로의 취향을 실컷 교환하고는 기념품이라도 하나 살까 하는 생각으로 아리타야끼의 가격을 물어봤더니 천문학적인 가격이라 가와쿠리 시계가 찍혀져있는 엽서를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규슈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잠시 아리타 축제 도매시장(?)쯤 되는 곳을 들러 여러 가지 생활자기 들을 구경한 다음 도조 이삼평 신사엘 갔다. 이삼평이란 사람은 일본에 우리나라 도자기를 전수한 우리나라의 선조이다. 일본에서는 그 분을 신으로 모시고 이렇게 신사에 모셔놓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네 절과는 사뭇 다른 신사에서 경건함 보다는 신기함에 사진 찍기에 열중했지만 어느 때보다 일본의 모습을 더 잘 찾아 볼 수 있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내려오면서 메인 스트리트에서 어떤 아이스크림 장사 아저씨와 대화를 조금 나누었는데 이럴 때 보면 일본어를 배운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드디어 사세보호텔로 이동했다. 석식으로는 호텔식을 먹었는데 한국에서 일식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일식 정식을 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맛도 그런 대로 괜찮아 아주 흡족했다. 호텔숙소 안은 조금 좁긴 했지만, 여느 호텔과 같이 굉장히 깨끗했고, 바깥야경도 아주 예뻤다. 침대도 정말 푹신해서 나의 노곤한 몸을 잠의 나라로 이끌기에 딱 안성맞춤 이였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미비했던 그들의 도자기 빚는 실력은 지금 여느 나라만큼이나 우수한 도자기 나라가 되어있었다. 그들만의 철학이 깃든 옛 도자기와 현대의 도자기들. 잘 정리된 전시관과 도자기를 실생활에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공간 등,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셋째날인 4월30일 수요일이 되었다. 이날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가장 좋아했고, 또 즐거워했던 날이었다. 이 날은 전날과 달리 하루 종일 하우스텐보스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밤에는 호텔근처에서 쇼핑까지 할 수 있었던 날 이였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우리는 바로 하우스텐보스로 향했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 어로 숲속의 작은집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정말 숲속에 쌓여있는 유럽의 동네 같았다. 마치 내가 정말 네덜란드에 와있는 느낌... 하우스텐보스의 풍경은 정말 예뻤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더 예뻤다고만 말하면 너무 느낌이 없으려나. 암튼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다.

마치 동화책이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쏙 빼놓은 것처럼. 재미있는 영상체험들도 하고, 맛있는 치즈도 시식하고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특별히 뭐가 제일 재미있었다 한 것은 없었지만 그저 그 평화로운 동네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즐겼다는 그 자체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 또한, 도자기를 비롯한 이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너무 훌륭하게 되어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라웠고, 우리나라가 벤치마킹을 한다 해도 아무 손색이 없을 만큼 그렇게 괜찮을 수가 없었다.

저녁땐 호텔로 돌아와 밥을 먹고 난 뒤 일본의 밤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꼭 언젠가 한번 와본 것처럼 익숙하게 길을 찾아 시내(?)쪽으로 가서 백&샵도 구경하고, 문구점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대형마트에서 일본라면도 사고(호텔로 돌아와 그 라면을 먹고 굉장히 후회를 많이했다),

어느덧 돌아갈 시간이 다되어 즐거운 시내구경을 끝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집에서 날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며칠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타국에 와있단 생각 때문인지 그날따라 부모님 목소리가 더 반가웠다. 호텔숙소로 돌아와 조금의 휴식을 취하며 즐거웠던 오늘 하루를 되새기며 잠에 들었다. 작은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한 동화 속 나라 하우스텐보스. 따뜻한 남쪽 지방의 풍차마을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던...

알록달록 예쁜 튤립들이 무성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치즈가 가득한곳. 다시 한 번 가보고 싶게끔 하는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번화하고 친절했던 사세보의 밤거리 또한 매우 즐거웠다. 넷째 날인 5월1일. 새로운 달의 시작을 타국에서 맞이하다니 감회가 이만저만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날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는 것. 일본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돌아가는 날이람. (이날은 너무 아쉬워서 친구들과 국제미아가 되어보자, 배 시간을 놓치게 해서 하루만 더 있다가자 등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는 조금 괘씸한 상상을 했었다.)

첫 번째 일정지는 4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지역 특성을 최대한 부각한 하사미 세계가마공원과 하사미 도자기 전시장 이였는데 일본도자기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사미 가마터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 가마와는 또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가마형태와 구조를 볼 수 있었다. 가마공원 밑으로 내려가 보면 바로 하사미 도자기 전시장이 나왔는데 그때가 바로 도자기축제기간이라서 여러 가지 도자기 점포가 대형텐트 안에서 도자기를 팔고 있었다. 굉장히 시끌시끌하고 꼭 시장 같았다.

우리나라의 도자기축제와 조금 비슷했지만, 우리나라는 전통과 심플함을 가진 도자기가, 일본은 굉장히 화려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자기가 많았다. 점심엔 일본 불고기를 먹었다. 아주 맛있었지만 양이 적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분위기도 있고, 식당 종업원들도 아주 친절해서 참 기뻤다.

마지막으로 ‘온다’라는 곳을 갔는데 그곳은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곳이었다. 구불구불 비포장도로인 산길을 한참 버스로 달렸을까. 숲속에 아주 작은 마을 하나가 나왔다. 바로 ‘온다’였다. 굉장히 한가롭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 흙을 빻는. 마치 절구에서 곡식을 빻는 듯한 그런 시골마을의 정겨운 소리들이 한껏 들려왔다. 너무 아름답고 한가로운 곳이었다. 도자기들은 소박하며 마을의 평화로움이 물씬 풍겨지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마지막 일정까지 완벽하게 끝마치고 우리가 일본에서 처음 발 디뎠던 시모노세키 항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항구에 가는 도중에 잠시, 첫날에도 지나왔던 칸몬대교의 전망대를 들렀다. 시모노세키항구에 위치한 칸몬대교. 좌측으로 가면 큐슈, 후쿠오카이고 우측은 시모노세키이다. 그곳을 경계로 일본의 큰 대륙인 혼슈와 큐슈가 갈라지는 해협인 것이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기념품도 사고, 멋진 다리사진도 찍었다. 이제 이 다리를 지나 시모노세키 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돌아간단 생각을 하니 아쉽기 짝이 없었다. 배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 시모노세키 항으로 갔다. 여객 터미널 안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는 거의 마지막쯤에 세관을 통과하고, 배에 올랐다.

마지막 날이니 만큼 새벽까지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갑판에서서 철썩거리는 밤바다를 구경했다. 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우리는 감쪽같이 부산항에 와있었고, 한국에서 정겹게 보아왔던 개나리와 수줍게 피어있는 벚꽃과 떨어져가는 목련과 조금은 이색적인 일본의 꽃들과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울러져 있는 봄의 정경들을 눈에, 마음에 담아 아쉬운 일본을 되새기며 부산항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들이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도록 지도를 해주셨던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우리들의 선조가 전해준 그들의 멋진 도자기와, 환경미화원이 없어도 깨끗한 거리, 친절한 사람들, 작은 네덜란드와, 그리고 평화롭고 한가롭던 마을까지.......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의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올바르고 정직한 시민의식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일본에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임을 이번여행으로 인해 굉장히 많이 깨달았다. 또한 이번 여행이 특별히 더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고 그리워지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이 다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순간에 나와 함께 했기에 그 시간들을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여기며. 일본에서의 봄날은 그렇게 따사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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