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으로도 시와 시의회에 엄청난 불만을 품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작은 키에 제법 나이가 든 그의 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였다. 그의 위로는 ‘거짓말 이제 그만, 이천시는 낭비된 예산 18억 환수 시켜라’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고, 그가 목에 건 작은 간판에는 ‘눈뜨고 돈 빼앗긴 이천시, 이천시가 빼앗긴 돈(18억)은 시민의 혈세’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벌써 석 달째 외로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는 ‘이천시 청소용역업체 비리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윤보상(54)씨. 공대위 측과 윤씨는 청소용역업체와 관련된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18억 환수조치와 함께 업체들의 계약해지 등을 시에 요구해 왔다. 그것은 지난해 10월 이천시의회가 40일 간 행정사무조사를 벌여 채택된 요구사항들이기도 하다. 그에게 다가가 “누구하나 귀 기울이기는 커녕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왜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시민의 혈세가 줄줄이 새 나갔는데, 누군들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또 “분명히 명쾌하게 드러났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시를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게 진실이라면 시에선 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감사원 감사에 따라 남양주에선 이천시와 똑 같은 상황에서 10억 원을 환수 조치했다. 도급이라도 시민의 세금을 썼고, 자동 재계약이 되고 있으니 환수조치 시키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시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큰 혈세가 새 나가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나 다름없었다. 행정사무조사를 벌여 각종 불법 사항들을 들춰낸 이천시의회도, 도급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천시도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힘없는 시민의 절규가 가엽기만 하다. 편을 들어줘야할 집단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면 과연 시민들은 누굴 믿고 누굴 따라야 한단 말인가. 억울해 보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억울해 보였다.
‘세월이 약이겠지’라는 어설픈 생각으로 일관하다간 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어영부영 끝날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도급이기 때문에 ‘볶아 먹든 쌈 싸 먹든’ 아무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이천시는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덮으려 애쓰는 것보다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창조적인 행정의 비결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천시 전체 쓰레기 량의 통계가 정확치 않다면, 아니 거품이라면, 시민의 혈세가 새나가고 있다면, 관련 업체들이 시와의 약속을 어기고 부적절하게 운영해 왔다면, 그래도 괜찮단 말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법 없다.
이천시의회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라. 의원들의 수수방관은 곧 시민들로부터 직무유기감이다.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수없이 많은 비리들을 파헤쳤다고 강력히 주장하던 때가 벌써 반년이 지났다. 시민들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시민들을 대신해 윤보상 씨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줄도 모른다. 그는 이천시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1인 시위와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 기간이 1년도 좋고 10년도 좋다고 했다. “세상이 맑아졌다고 하는데, 이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다고 합니다. 끝까지 달려가야지요.”
‘도약하는 이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천시청 앞 1인 시위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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