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천시민 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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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천시민 여러분께
  • 이천뉴스
  • 승인 2008.06.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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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경기도 이천에 있는 비오이하이디스(주)에 다니는 700명 노동자들입니다. 700명 중 500명이 여성노동자입니다.
시민여러분, 저희 회사는 하이닉스반도체에서 2001년 분사가 되어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하이디스-중국 비오이 그룹에 매각되기 전의 상호입니다)라는 회사명으로 있다가 2003년 중국 비오이그룹에 매각이 되었습니다. 매각되던 해인 2003년 연매출 7965억 원에 영업이익이 962억 원에 달하는 국내 3위의 탄탄한 LCD 생산 대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매수한 중국 비오이 그룹은 전직원들을 모아놓고 약속했던 투자계획을 지키지 않는 등 투자를 게을리 하여 회사가 중국 비오이 그룹에 매각된 이듬해부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에 저희들은 2006년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휴일근무수당 축소 등 단협과정에서 협상해야하는 복지 부분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리는 등 회사의 고통분담 안을 받아들여 같이 어려움을 나누었습니다. 2000여명에 달하던 인원이 약1200명으로 줄어드는 등 현장의 강화된 노동강도도 감수했습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식사를 걸러가며 일을 했고 생리불순, 하혈, 방광염 등의 고통을 감내하며, 휴가한번 마음편히 제대로 못가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헛되이 2006년 9월 회사는 법정관리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시민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비오이하이디스와 쌍용자동차의 기술유출사례 때문에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란 새로운 법령까지 만들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M&A 형태로 진행되는 비오이하이디스의 해외매각에 있어서는 그 법적용을 못 받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기관과 국회의원, 언론 등에 문의한 결과 현재 기술 유출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노동조합 뿐 이라는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먹튀자본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동료들을 피눈물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한번 기술력, 인력만 빼가는 먹고튀는 자본에 희생당한다면 2만명의 가족, 식구들의 생계가 파탄난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이제 새롭게 대만회사가 우리 회사를 매수하게 되었습니다. 금년 5월이면 법정관리도 완전히 끝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지켜야만 한다는 것을 그동안의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도 건강해지고 노사관계도 발전적으로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임금인상과 교섭방식 및 M&A관련 요구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9개월동안 30차례나 걸친 단체교섭에서 일관되게 임금은 동결, 교섭방식과 M&A관련 요구안은 교섭대상이 아니라고만 하였습니다.

우리를 인수한 대만pvi회사와도 수차례 면담을 해보았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습니다.
특히 M&A와 관련된 우리의 요구는 우리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체 회사원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 회사전체 뿐 아니라 부당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한 것임에도 회사는 경영권에 관한 문제라고 우리가 불법파업을 하려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의 경영권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우리 회사에서 이번에 파업을 하는 것은 노조설립 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고 인내하며 대립적인 행위를 자제하여 왔습니다.

이를 두고 회사가 성실하게 대화와 단체교섭을 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회사는 겉으로는 단체교섭을 하는 척 하면서도 우리를 아예 대화와 교섭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회사에 들어와서도 처음으로 파업으로 한 번 맞서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하는 파업이라 너무너무 힘듭니다. 노동조합이 이제까지 7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의 회사의 태도에 정말 배신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하도 회사에서 우리들을 보고 불법행위를 한다고 범법자 취급을 하는 바람에 마음이 더 아픕니다. 회사는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에 온갖 협박, 회유,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노조간부 20명을 불법부당해고하고 조합원들에게까지 6월3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짜르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간의 기본권인 먹고 자는 문제까지 사용금지 하겠다고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회사가 100%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협상이란 게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러나 회사는 ‘동결’, ‘안 된다’만 반복하고 있어 회사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는 뜻에서 파업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희들은 성실하게 임금,고용,근로조건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하고 싶습니다. 하루빨리 마무리가 잘되어 일터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부디 우리 사업장이 안정된 일터가 되고 다시 노사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곳이 되도록 시민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합니다. 끝으로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드립니다.비오이하이디스 700명 노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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