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000명의 삭발식이 예정된 광화문 대정부 투쟁현장에 ‘아줌마가 간다’
“지도자의 안사람으로서 당연히 (삭발)해야지요.” 조병돈 이천시장의 부인 이정희(54)여사가 삭발투쟁에 참여한다고 한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그간 집단삭발에 따른 다소 부정적인 여론들은 수그러들고 숙연한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일각에선 강경투쟁도 좋지만 계속되고 있는 집단삭발은 ‘지역의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과 함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게 일었었다. 따라서 이 여사의 이번 삭발강행은 이같은 여론을 뒤집고 평화적인 시위를 주도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이정희 여사는 상경집회가 예정된 오는 23일 광화문 앞 집회 현장에서 삭발에 참여하는 시민 2000명(비대위 추정)과 함께 삭발투쟁에 나선다. 그는 “지도자의 안사람으로서 삭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시민모두가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삭발강행에)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러 측면을 고려해 볼 때 결코 쉬운 용단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여사는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주목받을 일도 아니다”며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끝까지 사양하며 언론보도를 원치 않았다.
기자는 어느 자리에서 이 여사의 한 지인으로부터 “(이정희 여사가)평범한 가정주부이고 싶다”는 말을 접한 적 있는데 당시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단체장 부인이라는 조건을 앞세워 시정에 간섭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일부 단체장 부인들 때문에 큰일을 그릇 치는 단체장들을 수 없이 봐왔다.
일선 단체장 부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싶다’는 이 여사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이천과 같이 사활이 걸린 문제로 대정부 투쟁을 벌였었던 지역은 많다. 그러나 단체장은 고사하고 단체장 부인이 직접 삭발에 참여하는 일을 전무후무한 초유의 사건으로 분류될만 하다.
그래서 이 여사의 이번 삭발강행은 시민들에게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세상에서 가장강한 것은 ‘여자의 힘’이라는 말이 있다.
대정부 투쟁 현장에서 여성의 몫은 참으로 컸다. 지난달 11일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김문자 시의원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불살랐고, 또 국회 앞에서는 박순자 시의원 등 동료 의원들과 함께 과감히 삭발투쟁에 참여했다.
이 뿐만 아니다. 여성단체들은 ‘비대위(범대위) 활동 지원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여는 가하면 상경집회와 촛불집회현장에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용’을 죽어라 외치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용을 향한 대정부 투쟁은 ‘여성파워’가 이끈다. ‘이천사랑’‘하이닉스 사랑’을 눈물로 호소하는 ‘아줌마의 힘’에 정신 차린 정부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와 관련, 두 번째 상경집회를 앞두고 비대위 측은 며칠째 비상회의를 갖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적인 시위를 주도하되,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염원하는 이천시민의 한결같은 뜻을 정부당국에 확실하게 전달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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