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울려퍼진 이천소원은 하이닉스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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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울려퍼진 이천소원은 하이닉스 증설
  • 이백상 기자
  • 승인 2007.02.25 12: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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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시위로 막 내린 광화문 앞 상경집회 현장 ‘이모저모’
●…대월면 ‘부부 삭발’ 눈길(이지용­-임성례 부부).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40대 부부가 나란히 삭발투쟁에 참여해 눈길. 주인공은 이지용(47) 대월면체육회장과 부인 임성례(45·대흥리 부녀회장)씨.

이씨는 지난달 26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삭발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아직 자라지도 않은 머리를 또 깎게 된 이씨는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하이닉스 증설 염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들 두 부부는 “어머니께 어떻게 설명해야(부부삭발) 할지 고민 중”이라며 걱정.

●…백사면 이종상씨 “행정부는 자폭하라” 불길에 몸 던져

한 시민이 화염이 치솟고 있는 불길에 몸을 던져 참가자들 놀라. 규제를 상징하는 새끼줄을 태우는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한 집회참가자가 “행정부는 자폭하라”고 외친 뒤 불길에 뛰어 든 것.

하마터면 큰 화상을 입을 뻔했던 주인공은 백사면에서 우리공영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상씨. 이씨는 이날 회사 문까지 닫고 직원들과 함께 상경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이같은 열의를 보인 이씨에게 기립 박수.

●…기발한 아이디어 돋보인 퍼포먼스

○ 이천시민의 규제의 상징 ‘목칼’ 퍼포먼스

정부의 각종 규제 법률로 인해 이천시민과 경기도미이 신음하고 있다는 뜻에서 진행된 ‘목칼’퍼포먼스는 기자들로부터 높은 관심 끌어내는데 성공. 사실 어지간한 집회행사로는 대중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

집회 참가자들이 숨죽이고 단상 앞을 바라보는 순간 조병돈 시장, 김태일 의장, 임진혁 비대위 공동대표, 이규택 국회의원, 최영미 여성단체협의회장, 김경희 여성연합회장 등 6명이 목칼을 차는 의식이 진행.

당사자들 목칼을 장시간 목에 걸고 있는 바람에 곤욕스러워하기도. 하이닉스 이천공장이 증설된다면 이런 고생쯤이야….

목칼에 적힌 내용 “기업하기 좋다더니 구리타령 웬말이냐” “기업투자 발목 잡는 환경부는 자폭하라”이렇듯 정부 방침에 항의.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 율동팀인 ‘신화창조’는 압제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모습과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율동을 펼쳐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 끌어.

○ 구리가면, 새끼줄, 하얀색 우비…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정부는 아는가?

400여명의 삭발 의식이 끝나자마자 이들에게 구리가면과 새끼줄, 하얀색 우비가 지급됐다.
얼굴에 착용한 ‘구리’색 가면은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구리가 인체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뜻을 강조.

몸에 메고 있는 ‘새끼줄’은 각종 규제에 꽁꽁 묶여 있는 수도권을 의미했고, 흰색 우비는 이천공장이 증설 되도 팔당호 수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에서 맑은 물을 상징.

‘구리가면 등 소품 착용으로 인해 집회 현장 분위기는 살벌했으나 저비용 지출에 따른 시위홍보 효과는 극대화시켰다는 평.

이와 함께 이번 광화문 상경집회는 비대위 측의 기발한 시위전략 기획으로 평화적인 시위를 주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

●…(흐르는 눈물 콧물) 어찌 합니까…어떻게 할까요?

단상 앞 맨 앞줄에서 삭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여성. 평생 길러왔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순간 애써 참아왔던 눈물과 함께 콧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여성의 콧물은 고드름처럼 턱 밑에까지 흘러내리고 있었으나 끝내 닦지 않았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취재진들은 몰리기 시작했고, 카메라의 포커스가 여성의 얼굴에 맞춰졌다. 끝까지 미동도 하지 않는 여성의 표정에서 이천시민들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여성의 가슴에 두른 빨간색 바탕의 흰 글씨로 적힌 ‘죽음으로 사수하자’는 리본이 눈에 띈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이순임 원장 낭독)

이천시민의 결의와 염원을 담은 호소문 내용을 통해 투쟁의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이순임 원장의 간절하면서도 절규 있는 연사는 “정부청사는 물론 청와대까지 울려 퍼졌을 것”이라고 참가자들 장담.

호소문 낭독이 끝나자마자 사회자가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우리의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도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받아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경기도민과 이천시민은 최후의 1인까지 투쟁할 것”을 밝힌다고.

이 멘트에 일부 시민들 “또 투쟁해야 돼. 지친다 지쳐. 앞으로는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님들이나 단체장님들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단식투쟁도 좋고….” 이렇듯 잦은 집회에 불만을 성토.

●…이렇게 하면 통할까? “작전 변경 아닐까요?”

“저희 이천시민은 정말로 대통령님을 사랑합니다. 도와주세요.”(이천시 연합동문회 일동)

이천시 연합동문회가 여느 현수막처럼 정부와 대통령을 성토하는 내용 대신 “대통령님을 사랑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게재, 참가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한 시민 “아마도 정부 당국자가 봤다면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한마디.

지난번 과천정부청사 앞 시위 현장에서 비교적 과격한 시위를 주도했던 연합동문회의 광화문 발 ‘작전 변경’이 성공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듯.

●…누가 기획한 거야?

집회 일정이 끝나갈 무렵, 곳곳에서 청와대로 돌진하자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비대위 측과 경찰 당국이 바짝 긴장 상태. 사실 집회가 끝날 무렵에 ‘대형사고’가 터지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터라 긴장은 더욱 고조.

이런 분위기를 순식간에 잠재운 것은 애국가 제창. 단상 앞에서 애국가 전주가 나오자 참가자들 하나둘씩 전주에 맞춰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애국가는 4절까지 연주됐다.

들떠 있던 집회 현장분위기는 고요해졌고 시위 참가자들은 질서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각 마을 별 버스 배차가 진행되는 동안 라이브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가사를 살짝 바꿔 ‘하이닉스 이천으로 오라….’라는 통키타 가수의 노래에 맞춰 참가자들은 열창과 함께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77번 버스, 78번 버스, 79번 버스…배차됐으니 해당 주민들 버스에 타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비대위 측의 광화문 상경집회 시나리오는 불상사 없는 평화적인 시위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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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산호랭이 2007-02-28 09:22:49
젊은 사람이 아이디어가 많더라구요 이천예총에 김선우 사무국장이라 하더군요 나도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구리의 해함이 없음을 구리가면으로 서울시민에게도 알리는데 평화적이면서 예술적까지 가미시킨 수준있는 퍼포먼스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