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출입금지' 당하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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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출입금지' 당하기전에
  • 이규선 전문위원
  • 승인 2009.03.16 23: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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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운동은 모두에게 해당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 토요일인 14일 새벽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풍랑주의보가 내려 뱃길이 묶이는 바람에 일요일에 다녀왔다.
서로 외면한채 서 있는 복수초(왼쪽)와 변산바람 꽃


예년에 비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탓인지 복수초와 변산 바람꽃은 활짝 피었으나 꿩의 바람꽃이나 노루귀 꽃은 아직 봉오리만 맺혀있는 상태였다.
역시 야생화 군락지답게 꿩의 바람꽃이랑 변산 바람꽃, 복수초와 노루귀 꽃들이 지천이었고 앙증스러운 꽃들을 촬영하기위해 많은 사진인들이 풍도를 찾았다.

작년 이맘때 찾았을 때는 우리일행뿐으로 섬 전체가 조용했었는데---, 무리를 이룬 사진인들이 뭍으로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입소문이 널리 퍼졌음을 짐작하며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환경보호요원이라는 주민에게 청소비명목으로 1인당 1천 원씩의 입도 비를 지불했다. 주민들은 내방객들을 위해 탐방로를 내고 칡덩굴까지 제거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꽃을 찾아 마을 뒷동산으로 오르는데 안내방송이 들린다. 옛날 새마을 방송을 듣던 기억이 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보니. 이럴 수가. 내용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꽃이고 뭐고 당장 돌아서고 싶은 심정이었다.

방송 내용은 이렇다. 우리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멘트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꽃을 촬영한 다음 다른 사람이 찍지 못 하도록 꺾거나 발로 밟아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은 여러 사람들이 보고 즐겨야 합니다. 그런 행위는 절대로 삼가 해 주십시오” 라며 똑같은 말을 몇 번 반복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한탄이 절로 나온다.

꽃 망울들이 오돌 오돌 떨고 있는 둣 하다.(사진인들 무서워서일까?)

한 낮이 가까운 시간 정상부근엔 사진 인들로 장터를 방불케 한다. 한 뼘도 아니 되는 꽃을 향해 눕거나 엎드리거나 쪼그리고 앉아 포커스를 맞추는 사진인들. 그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는 볼품없는 꽃들은 우악스런 등산화에 밟히고 무릎으로 짓 이겨지며 엉덩이에 깔리고 있다. 그렇게 구겨진 꽃들이 여기저기서 신음 하고 있다.

오호라. 풍치 좋은 이곳 풍도에 언젠가는 ‘삼각대 반입금지’ 더 나아가 ‘사진인 출입금지‘란 팻말이 붙을 것 같은 예감이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사진 동호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희귀한 동식물들을 촬영하는 것 또한 그들의 자연스런 행위이며 나 역시 그래왔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가녀린, 아니 소중한 우리 꽃들이 짓밟혀서야 되겠는가.

곳곳에 ‘사진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붙기 전에 우리 사진인들 스스로가 자정운동이라도 펼쳐야 될것 같다.

조심은 많이 했지만 혹여 나의 행위로 인해 훼손된 꽃들이 있다면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그냥 깊이 반성하며 참회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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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이 2009-03-23 18:47:24
볼품없는 꽃도 아낄줄 알아야 생명의 소중함을 알텐데.

디카족 2009-03-18 08:45:46
귀한 꽃 보다 사진인이 더 많은게 문제?
사진술보다 자연사랑의 기본부터 갖추시라 부탁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