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7일자 모 일간지의 오피니언면에 게재된 ‘한범덕 청주시장의 관존민비’란 제하의 글을 읽고 이 글을 쓴다.
글의 내용을 보면, 청주시 상당구와 흥덕구 산하 30개 주민센터에서 외국어, 요가, 풍물, 수지침, 가요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곳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은 냉방을 하고,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엔 냉방을 하지 않으며, 주민들이 냉방기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예산까지 들여 시설을 교체함으로써 관존민비의 극치라는 불평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삼복더위에 땀을 흘리면서라도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8월부터는 전면 중단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선 4기까지는 주민센터가 야간은 물론 휴일에도 개방했지만, 한범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주말이나 야간에 개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혹한기(1월)와 혹서기(8월)에도 중단하고 있다.
남상우 시장이 주민들을 위해 공무원들을 볶다가 인심을 잃어서 낙선했다는 평을 듣는 데 비해 한범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인심을 얻어야 재선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관존민비 행정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는 물론 복지부동 현상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필자의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서술해보겠다.
주민센터는 민원실과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벽으로 구획되지 않고 하나의 사무실로 돼 있다. 민원인을 배려한 냉방이며 냉방 온도도 28℃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국가적 과제이며,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과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겸 민원실 중 두 곳 모두를 냉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한 곳만 냉방할 수밖에 없을 경우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겸 민원실을 냉방하는 것이 위민행정 차원에서 볼 때 옳다. 관존민비의 극치라는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만 아는 사람이 아닐까.
주민자치 프로그램의 운영도 1인1책 펴내기를 위한 글쓰기처럼 학원수강이 불가능한 과목이야 꼭 필요하겠지만, 외국어․요가․풍물․수지침․가요 등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는 과목은 폐지하고 학원에서 배우도록 해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게다.
주민센터의 1월과 8월 미개방은 예산부족 때문이며, 야간 개방과 휴일 개방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청사관리의 문제가 따른다. 청사 관리 상 주민센터 공무원이 개방 시간에 근무해야 된다.
주민센터 직원도 공무원이기 전에 시민이며 생활인이다. 몇 명 안 되는 직원으로 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야간 개방이나 휴일 개방을 하기는 무리이다.
민선 5기 출범 후 한범덕 시장의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인사로 대부분의 청주시 공무원들은 사기가 높을 뿐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범덕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인심을 얻어야 재선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관존민비 행정을 펴고 있고, 이 때문에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는 물론 복지부동 현상이 심각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은, 전술한 내용을 보면 비판이라기보다 비방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비판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심사숙고 후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 시인/수필가 김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