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도살 퍼포먼스’ 후유증 앓는 이천

동물보호단체, 시청 앞에서 위령제 지내며 시위

2007-06-01     양원섭 기자

흥분한 시민들과 몸싸움 “우리의 절박함을 알아달라”

지난 22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군부대 이천이전 반대 집회도중 일부 시민이 돼지를 산채로 찢어 죽이는 퍼포먼스를 벌인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어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공식 사과문을 발표 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살아있는 돼지를 죽이는 것은 시위의 목적과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돼지는 그저 시위의 눈요기 거리로 무참하게 학살당했다”며 “이러한 끔찍하고 악랄한 동물학대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6조 동물학대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이천시청과 시의회가 현행법까지 위반해가면서까지 끔찍한 동물학대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히며 이날 시위현장에 있던 조병돈 이천시장과 ‘군부대 이전 반대 이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태일 이천시의회 의장, 장광 용산경찰서장, 이규택 의원 등을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지난 23일, 서울 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동물사랑실천협회(대표 박소연)와 한국동물보호연합(대표 이원복) 회원 30여명은 지난 29일 이천시청 옆 서희동상 로터리에서 항의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이날 이천시장에게 보내는 항의서를 통해 사과 성명 발표와 함께 시위 주동자 규명 및 추후 대책 강구, 이천시청 내에 아기돼지 동상 건립 등을 외치며 책임자들의 징계와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조병돈 이천시장을 비롯해 이규택 국회의원, 김태일 시의회 의장 등 지도부들의 자진 사퇴할 때까지 게시판(온라인)과 1인시위를 통해 퇴진 운동을 벌여 나갔겠다고 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천의 군부대 이전 반대에 대한 견해는 이해한다”며  “그러나 국방부 앞에서 벌인 ‘군부대 이전 반대 이천시비상대책위원회’는 시위의 눈요기 거리로 2개월 된 아기 돼지의 사지를 밧줄로 묶어 찢어 죽이는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그는 또 “이천시에서 ‘책임이 없다’란 말로 만남을 거부 한다”며 “이런식의 행동은 이천시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10명의 회원들이 몸에 밧줄을 묶고 도로바닥에 드러누운 채 돼지 도살 상황을 재현한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돼지도살 퍼포먼스 시위와 관련해 주민 2명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동물학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6월에 국회 앞에서 항의시위와 명동 등 서울 일대에서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대선 주자들과의 면담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측은 조 시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천시가 받아들이지 않자 항의 서한을 시민생활지원국 윤희문 국장에게 전달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이천시청 앞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집회를 예고한 낮 12시보다 30분 빠른 오전11시 30분부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과 시 공무원들이 나와 한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날은 바로 맞은편 공설운동장에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이천지회 회원 300여명의 가족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시청 앞은 평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30여명의 동물단체 회원들과 일부 이천시민들은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대치했다. 결국 사태가 양측간의 감정 싸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추가병력을 투입해 이들 사이를 갈라놓았고 시청 앞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기자회견을, 다른 한쪽에서는 야유와 욕설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천시청 앞은 죽은돼지의 위령제를 지내려는 동물사랑실천협회,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을 막으려는 일부 이천시민들의 실력 행사로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보호단체측은 행사를 방해하고 현수막과 사진액자를 파손한 주민을 고소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천시와 비대위 측은 이미 비대위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고, 동물단체들이 지도부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 시민은 동물사랑실천협회가 구리시와 남양주시로부터 유기동물 포획 관리 대장 조작으로 보조비를 받았다는 기사를 내밀며 “동물사랑실천협회서 동물을 이용해 허위 보조금을 챙기면서 이렇게 집회할 자격이 있느냐”고 동물협회에 따졌으며,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현재 재판중이다”라는 말로 함구했다.

이날 집회를 지켜본 한 시민은 “그날 서울 집회에 올라간 참가자들 중 대부분은 농번기에 일손 놓고 올라간 농민들이었다”며 “그만큼 여기 시민들은 절박한데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돼지를 죽인 것은 백번 잘못한 일이고 여기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라며 “흥분한 시민 몇 명의 우발적인 행동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돼지 사건만 갖고 보도하면서 이천의 입장은 잘 다뤄주지 않아 야속한 감도 많다”며 “돼지 문제로 비난 받더라도 일방적인 군부대 이전은 제고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서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은 시위 도중 능지처참 당한 아기돼지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를 개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