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잽이’의 현란한 발재간에 탄성이 절로 나오고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족구 동호회
유월로 접어들자 어느새 신록은 사라지고 가로수들이 짙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연신 울던 뻐꾸기 소리도 잦아들고 이제 모내기도 끝냈다. 한해 농사 중에 모내기를 마치고 모처럼 시간이 나자 잔치판이 벌어진다. ‘제2회 이천시장기 생활 족구 대회’가 지난 일요일(6월3일)에 공설운동장에서 열렸다. 운동장 가득 뜨거운 햇빛이 쏟아져도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 한번 제대로 받아 보려고 온 신경을 공에 맞춘다. 세터가 띄워주는 공을 공격수가 통쾌하게 내리꽂아 점수가 나면 팀원들은 팀 구호를 외치며 환호한다. 족구는 축구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박진감 있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제5회 이천저널신문사 회장기 족구 대회’가 6월 17일로 다가온다니 선수들 면면과 경기 분위기를 보려고 구경을 갔다.
아스텍 같은 강팀이 있는 이천 족구 동호회
이천시장기 생활 족구 대회가 열리는 공설운동장은 남자들로 우글우글하다. 허벅지가 굵고, 체격 좋은 남자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모두 족구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다. 참가팀이 일반부 25개 팀, 장년부 12개 팀이다. 보통 40세를 전후하여 일반부와 장년부로 나뉘는데 50세를 훌쩍 넘긴 장년부 선수들도 별로 지치는 기색 없이 유유자적 게임을 즐긴다.
평균 게임 시간이 40분 정도고 체력소모가 적어서 나이 먹어서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경기 중에 크게 다치는 일 없고, 같이 운동하다보면 친목이 두터워져서 좋다. 출전 선수는 4명으로 수비가 2명, 세터 1명, 공격수(이들은 ‘까잽이’라고 부른다) 1명으로 구성이 된다. 후보 선수 3명과 감독까지 8명이 팀을 이루는 것이 기본이지만 대회 성격상 동호회 회원이 모두 족구시합을 즐긴다는 차원에서 출전선수 만으로 여러 개의 팀을 만들어 출전했다.
이천에서 족구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군인들, 그리고 족구를 좋아하는 동호인들이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는 우리나라 1부 리그에서 뛰는 32개 팀 중 강팀으로 이천 아스텍, 현대 파워텍이 널리 알려져 있다. 족구의 발생지인 군대에서 군인들로 구성된 비승 팀은 워낙 족구를 잘한다. 비승팀의 대회참가가 알려지면 약체 팀들이 겨뤄보지도 않고 대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 동호인들은 말 그대로 족구가 좋아서, 회원들과의 친목이 끈끈해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즐겁게 시합에도 나온다.
친목 도모와 건강관리에 으뜸인 족구
이천 시청에는 많은 동아리들이 있는데, 1997년부터 시작한 족구 동아리는 선후배 관계가 돈독하고 경기도 공무원 족구 대회에서 3위를 하는 실력으로 시청에서 알아주는 동호회다. 회원은 25명으로 이번 대회에 세 개 팀을 구성해서 참석했다. 4강을 목표로 하지만 일단 시합에 나오면 스포츠를 통해 지역 사람들이나 사업체들과 자연스럽게 알게 되므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에 좋다.
스태츠 칩팩 코리아는 반도체 조립 회사다. 회사가 족구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합에 나가는 것 자체가 회사 홍보가 되고, 회원들은 실력이 향상되니 여러모로 좋다. 작년 10월 1일 창단 했고 회원은 3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 시합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는 팀으로 이천저널회장기배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모전리 현대아파트 뒤에는 족구 전용구장이 있는데, ‘화목’ 족구팀이 사용한다. 회장이 개인 땅을 족구장으로 만들어 밤에도 연습할 수 있게 해서 화요일과 목요일 밤에 연습을 한다. 그래서 화목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는 하지만 회원 간에 서로 화목해서 팀 이름이 화목팀이다. 전용구장이 있으니 주말에도 족구를 즐긴다. 3년째 28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일반부 세 팀, 장년부 한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장년부가 이천저널 회장기 대회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다.
이천 족구가 해야 할 일
이천에는 족구 잘하는 팀이 많다고 소문이 났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팀도 있다. 그에 견주면 족구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이천시장기 대회 같은 큰 대회를 열어도 구경 오는 시민은 거의 없다. 말 그대로 비인기 종목인 셈이다. 누군가 우스갯말로 이천에서 족구화 하나 팔릴 때 여주에서는 열다섯 켤레가 팔린다고 한다. 그만큼 여주보다도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대회 진행위원을 맡은 장성일 씨는 족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의견을 내놓는다. 우리 지역에서 매년 도자기 축제를 여는데, 축제 기간에 전국 족구 대회를 하루나 이틀 개최하면 전국에서 많은 족구 선수들이 이천을 찾을 것이다. 지역 브랜드를 대회기로 쓰면 홍보도 되고 족구도 발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국 규모의 족구 대회는 실력을 서로 가늠해보고 배우고 커나가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이천을 찾은 족구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당연히 도자기축제를 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이 분명 있을 터이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경기 운영 방법도 참가하는 팀 간의 실력 차를 인정하고 1,2부 나눠 팀을 나눠 진행하면 좋겠다고 한다. 잘하는 팀은 잘하는 팀끼리 해서 우열을 가리고, 고만고만한 팀은 서로 열심히 해서 잘하는 팀으로 올라가면 그것이 바로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다.
공설운동장에 가서 족구경기를 열심히 지켜봤다. 사실 족구경기를 처음 본 나로서는 축구도 아니면서 배구도 아닌 것이 발과 머리로만 축구처럼 하다가 배구처럼 네트 위로 공을 넘긴다. 태권도처럼 발차기를 하고 비보이처럼 한 손 짚고 발을 세워 공을 냅다 상대편 허점에다 꽂는다. 선수들은 공이 넘어오면 천천히 하자고 서로에게 말하는데 세터가 토스해주는 차분한 공을 공격수가 역동적으로 차는 모습은 말 그대로 번개 같이 빠르다. 공격수가 보여주는 현란한 발재간은 경기를 처음 본 사람으로서 그저 놀랍기만 하고 공격수의 화려한 몸짓에만 눈이 간다.
오는 17일, 제5회 이천저널 회장기 대회가 열린다는데
한나절을 뙤약볕 아래서 이 팀 저 팀 경기 관전을 하다 보니 족구의 매력이 조금씩 보인다. 공격수만 보이는 초보 구경꾼이지만 다음에 열리는 이천저널회장기배에서는 수비수들의 활약도 눈여겨보면 한층 족구의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이천저널신문이 창간 14주년을 기념하고 창조적 변화, 도약하는 이천 건설을 위한 제5회 이천저널신문사 회장기 족구대회를 6월 17일(개회식 10시) 공설운동장에서 개최한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이천저널이 족구대회를 개최하여 지역 족구 활성화에 큰 역할을 기여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신문사는 제5회 대회를 준비하면서 좀더 나은 대회를 마련하기 위해 시장기배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팀들을 찾아 격려하고 의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