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겠어요”

홀로 사는 노인의 안부와 건강, 영양까지 챙겨주는 독거노인 생활 지도사

2007-06-08     양원섭 기자

   
이천시 창전동 ‘어르신 쉼터’ 2층 회의실에서는 31명의 주부들이 독거노인 생활 지도사 교육을 받고 있었다.

한 교육생의 노트 맨 앞장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기꺼이 이웃을 돕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자신을 돕는 것과 똑같습니다” 수업에 열중인 예비 생활 지도사의 강한 각오와 봉사의 마음이 비쳐진다.

이천ㆍ여주ㆍ양평 지역, 예비 생활 지도자들은 아직 교육을 시작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인지 마냥 교육이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아 그래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되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마냥 쏟아지는 질문과 감탄사.

더운 날씨에도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강사의 강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칠세라 받아 적으며, 옆에 있는 짝궁에게 물어보는 등 다들 어린이들 마냥 들뜬 표정이다.

증포동에 사는 김 모씨는 “지역에서 봉사를 하는 분의 도움으로 이런 곳이 있다고 해서 신청하게 되었다”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학교를 보내고 나면 남은 시간이 많아지고, 또 언제 가는 내가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하던 참에 생활 지도사라는 말을 듣고, 보람도 있을 것 같고, 또 부업도 되잖아요”하는 그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묻어나기까지 했다.

양평에서 왔다는 정 모씨는 “교육이 전부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노화와 노년기 건강 관리 등 배우면 우리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라 귀에 쏙쏙 들어와요”라며,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계신 친구들이 부러웠었다”며 “부모님을 만난다는 기분으로 진짜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내가 부모를 모시듯이 노인분들을 접하면, 우리아이들도 나중에 저한테 잘할 것 아니예요”라며 이번 교육을 지원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창전동에 사는 김 모씨는 “다른 수업들은 잘 알겠는데, 노인들에 심리 파악 과정이 제일 어려웠다”며 “앞으로 독거노인들을 보면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하면서 앞으로 독거노인들을 만나면 자신의 이런 마음이 드러나게 될까 걱정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6월 4일부터 12일까지 6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나면 지역 노인복지회관에서 각 지역으로 나가 독거노인을 파악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이들이 받는 교육은 영양관리, 노인 의사소통과 레크레이션 등의 교육을 받게 되며, 실무보다는 이론 교육에 더 치중한다.

이번 교육에는 이천 16명, 여주 8명, 양평 7명 등 총 31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30~40대 주부들이다.

또 이들의 보수는 서비스 관리자 120만원, 생활지도사가 60만원 수준이나, 이날 참석한 예비 지도사들은 돈보다는 보람으로 일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작은 사랑으로 인해 지역에 홀로 사시는 어른들이 나 홀로 고통 받으며,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들의 지금의 밝은 모습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2007년도 독거노인 생활 지도사 파견 사업이란?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사업을 실시한다.

홀로 사는 독거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 안부와 주거상태 등을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독거노인의 급증함에 따라 이들의 안전 확인, 정서적 지원 등 서비스를 지원하는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사업은 기존의 저소득층 위주를 벗어나 소득수준, 부양의무자의 유무, 주민등록상 동거자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실제 일상생활을 혼자 하고 있을 경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 내 사업 수행기관으로 노인복지관 등 213곳을 지난 5월에 지정 완료했으며 각 시ㆍ군ㆍ구 단위로 독거노인 생활 지도사의 선발과 교육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이들을 일선에 배치한다.

생활 지도사들은 우선 7월 말까지 독거노인 약 88만 명에 대한 가족 및 주거 상황, 경제·건강상태, 가족 또는 이웃과의 사회관계 등에 대한 생활 실태 조사를 벌여 기존의 가사·간병도우미, 노-노케어 등 서비스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 약 15만 명의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상자들은 오는 8월부터 주기적인 가정방문, 안부 전화 및 주거 상태의 점검 등 안전 확인을 받으며 건강ㆍ영양 관리 및 간단한 운동 프로그램 제공 등 생활 서비스도 받는다.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사업을 위해 전국적으로 약 7천명의 서비스 제공인력이 고용되며 국비로 약 236억 원이 지원된다.

올해 처음 시작되는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사업은 노후의 외로움과 박탈감을 해소하는 등 독거노인 보호를 위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30~50대 여성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천시는 6월부터 65세 이상 소득수준, 부양자 유무에 상관없이 실제 혼자 살고 있는 노인 중 전수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 독거 노인 생활지도사 파견 사업을 실시한다.

시 관계자 의하면 각 읍ㆍ면 단위로 독거노인 복지서비스 one-stop 지원센터를 사업 수행 기관으로 지정한 상태이며, 독거노인 생활 지도사는 기본교육을 이수한 후 6월부터 참여하게 되며, 생활지도사 1인당 약 20명 내외의 독거노인을 지원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