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운동장 사용 ‘뒤처리가 아쉽다’

어른들이 버린 담배꽁초, 뱉은 침…고사리 손으로 일일이 수거

2007-10-25     이석미 기자
“월요일에는 학교가기 싫어요….”이천 부발초등학교 백록분교에 다니는 모 학생(5년)의 푸념이다. 이 학생은 공부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라고 잡아떼듯 힘주어 말한다. 어른들이 머물다간 운동장이 엉망진창으로 둔갑해 있기 때문이란다.

체육행사가 많은 가을은 각종 행사를 치르는 단체에 운동장을 개방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뒤처리가 형편없는 모양이다. 곳곳에 나뒹구는 담배꽁초, 삼겹살 덩어리, 술병, 나무젓가락과 더러워진 화장실 등 월요일 아침이면 운동장은 지저분한 학교로 변해 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담배꽁초와 어른이 뱉은 침을 가장 경멸한다. 학생들은 이 무지막지한 주말의 흔적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 바로 이 학생이 학교 싫은 이유다. 이를 무단방치 한 채 하루 즐기다 훌쩍 떠나는 어른들의 행태는 범죄에 가깝다. 공공시설물을 아낄 줄 모르는 무질서하고 비양심적인 의식에 학생들은 치를 떨 정도란다.

사후 조치는커녕 매번 당연하게 청소시키는 학교관계자들도 문제다. 학교 운동장을 일반 주민에게 개방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안겨줘서는 안된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내 각급 학교들이 어른들의 주말행복(?)을 뒤처리하느라 늘 고생이라고 한다.

교사들은 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니 ‘손님’이 어질러놓은 집을 주인이 치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예전 같지 않고 매우 영특하다. 그래서인지 이제 그런 말은 억지로 들린다고 한다.

이 학교는 분교라서 학생 수가 적다. 때문에 재정상의 이유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제대로 된 교육여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은 아무래도 불충분하다. 학생들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다.

월요일 아침,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면학 분위기 조성이 아쉽기만 하다. 필자 또한 어른으로서 마냥 부끄럽기만 하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에게 고한다. “제발 뒤처리 좀 깨끗하게 해주세요.”(학생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