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월전미술관 기획전Ⅲ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展 개최

2024-09-23     박종석 기자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2024년 가을 기획전으로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2, 3, 4전시실에서 작품 50여 점이 소개되며 9월 26일(목)부터 11월 24일(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화가로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이철주(李澈周, 1941- )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하는 전시다.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루었던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바로 작가가 60여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추구해온 목표였다. 1960년대 미술대학에서 수학하며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추상미술을 비롯한 서구 미술의 파도와 수묵화로 대변되는 전통 고수의 강박에 동시에 강하게 노출된 세대의 미술인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근간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자신의 색을 더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철주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은 우리시대의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 전시는 생성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의 작품 세계의 전모를 되돌아본다.

이철주는 수학기에 전통적인 수묵채색화의 학습을 거쳤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초기작 가운데 한 점인 1972년 작 <찬가讚歌>는 군무群舞를 선보이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그린 인물화로 커피라는 재료에서부터 오랜 관습을 깨려는 작가의 의도가 두드러진다. 더불어 이 시기 작가는 사실성에 근거한 정치한 수묵채색 인물화를 통해 작품세계를 가다듬어간다. 1976년 작 <영일寧日>등의 작품은 화면 전체가 구체적인 대상의 세밀한 묘사로 가득하다. 사실성이 충만한 그림이지만 인물의 옷자락에 보이는 은근한 리듬감의 선은 과거 수묵인물화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한국적인 기법, 내용과 추상미술의 절충 : 80년대 말-2000년대의 작품세계

작가는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과 동양적인 내용과 정서를 결합하는 데에 집중하게 되었다. 연화좌蓮華坐 위 부처님의 모습이 아련하게 묘사된 <장생長生>에서처럼 먹과 색의 번짐에 의한 불균일한 면을 강조하는 수묵화의 매력과 대상의 형상을 변형하고 요약하는 추상미술의 의도가 종합되어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작가가 그린 ‘우주로부터’, ‘우주’ 시리즈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향이 심화된 결과물이다. 우주는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하므로 그 우주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깨달아야하며 또한 이 세상 어떤 것도 고정불변하지 않으므로 ‘끊임없이 변화함’, 그 자체가 본질이라는 성리학적性理學的 세계관의 표현이다.

“꽃 보다 아름다워라”의 작품화: 2010년대 이후의 작품세계

근작의 경향을 대변하는 <More than Beautiful Flower>는 큰 붓으로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에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하여 여러 조각으로 잘라낸 뒤에 새로운 구성으로 꼴라주하듯 붙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조형성을 고민하면서 재구성한 것이기에 견고한 미감을 갖춘 추상화로서의 매력이 가득하다. 또한 작품 자체가 글씨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도 결합되어있다. 이렇듯 작가는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라는 자신의 목표를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즉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먹이라는 재료를 통해 통합하고 조화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