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산을 건너다

청사가 가분수형태, 권위적이기쉽다

2008-05-08     이천뉴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山自分水嶺).
한국의 산들은 1769년 여암 신경준이 펴낸 산경표(山經表)에 보면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1대간 1정간 13정맥의 커다란 15개 산줄기를 따라 전국토로 끊어짐이 없이 이어져 있으며, 10개의 큰강에 물을 대는 젓줄이자 울타리 역할을 한다.

광주산맥,차령산맥,노령산맥이라는 학창시절에 배운 산맥지형도는 땅속의 일정한 선을 기준으로 하여 거기에 땅위의 산들을 꿰맞춰 놓은 소위 산맥이 물을 건넌다는 분류체계이다. 즉 일제 침략기인 1903년 일본인 지리학자 고또분지로가 광물자원 수탈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가공한 지질학적인 선일뿐이다.

요지음 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잇는 한반도대운하문제로 시끄럽다.
유역면적 순으로 보면 한강이 두 번째이고 낙동강이 세 번째이다. 이들이 만난다면 물이 산을 건너게 되는 셈인데 한반도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치수를 잘 하는 자 천하를 잡는다고 했는데 독배일까 아니면 약일까.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한반도에 대변혁을 가져올 집권여당의 대표공약이다보니 어찌되었든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조상들은 자연과 건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풍수적으로 풀어보면 재미있다. 조상들은 풍수를 음택과 양택, 수도의 위치와 도시계획에도 응용해 왔으며, 때로는혹세무민하거나 남을 괴롭히는 자들을 혼내주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글줄께나 한다는 양반들은 일반적으로 풍수적 소양이 있었는데 조선 삼정승 중에 한분인 맹사성(맹정승)이 예천고을에 사또로 부임하였다. 당시 예천은 지방토호세력이 워낙 드세어 심지어 부임하는 신관사또가 부임인사를 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원인을 알아본즉 토호들이 살고 있는 개천 건너편에 큼지막한 잠두봉이 있고 개천가에는 뽕나무가 잔뜩 심겨있어 토호들이 잘 살고 위세 또한 대단함을 알았다. 뽕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누에가 싫어하는 옻나무를 심게 하니 토호들의 가세가 기울고 위세 또한 사라졌다.

공공건물 건축, 국토건설종합계획, 신도시건설, 산업단지조성, 학교 및 과학연구단지 건설에 풍수를 응용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편안하고, 훌륭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도 가능하다고 하겠다.

기존의 이천시청사는 뒤가 허하고 좌우로 바쳐주는 것이 없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새청사는 풍광이 수려한 설봉산 자락에 배산임수로 널찍한 터를 잡아 많은 예산을 들여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였다. 우선 축하할 일이다.

그동안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일한 공무원뿐만아니라 시청사를 방문한 수많은 시민들도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새청사 형태가 좀더 반듯하고 건물 가운데에 바람통로(?)를 내지 않았다면 더 좋왔을텐데 아쉽다.
청사가 가분수 형태인데 가상으로 볼 때 위가 너무 크고 무거우면 권위적으로 흐르기 쉽다고 한다. 시청 공무원들도 이점을 유념해서 유연한 자세로 봉사의 리더쉽을 발휘해 시민들의 사랑을 둠뿍 받기를 바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자랑스러운 이천시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