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의 교육열

2009-09-15     용석

 한국 부모의 교육열

  얼마 전 신문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명문대학에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고등학교인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요즘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서 부모가 원하는 학교나 학과에 들어가야 효자․효녀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효(孝)의 내용을 보면, 능양․양지․공대․입신양명․불욕이다. 이 중 입신양명의 효를 하려면 부모가 원하는 학교나 학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보내고 싶어 하는 학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려면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는데 그냥 4년 졸업하고 들어가는 학생은 거의 없다.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격시험(MEET)을 위해 대학 다닐 동안 최소한 1년을 휴학하고 재수생이 대입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을 거쳐서 들어간다. 즉, 대학 5학년이 되어야 비로소 의학전문대학원 지원이 가능하고 이 대학생활도 남들처럼 낭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과목 A학점을 받기 위해서 고등학교 3학년 때처럼 긴장을 잠시도 늦추지 않아야 되며, 학생 못지않게 부모들도 고등학교 3학년생 뒷바라지하듯 해야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운 좋게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다면 빨라야 25, 26세다(의학전문대학원 남자합격자의 58.2%가 30세 이상). 여기에 낙제 없이 의학전문대학원 4년을 다니면 거의 30대가 되어야 졸업을 하는데 4년 동안 등록금이 만만치가 않다.

  4년 동안 등록금만 8천여만원(사립대 기준), 생활비․책값 등 6천여만원(수도권 기준)을 추가하면 약 1억4천여만원이라는 거금을 4년 동안 투자해야 된다.

  자식 공부만을 위해서 적어도 대학 4년, 학원 1년, 의학전문대학원 4년 등 모두 9년 동안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대야 하는데 보통의 가정으로서는 매우 큰 돈일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시켜 의사고시를 합격했다고 다가 아니다.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을 거치면 30대 중반이다. 여기에 남자는 군대 2년을 추가하면 거의 40세가 되어서야 일반의를 면하고 전문의가 되어 개업하거나 병원에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자식을 낳은 후 약 40년이 지나서야 자식을 경제적으로 독립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사오정(45세 정년)이란 신조어가 생겨났고 대부분의 직장은 50세를 넘기기가 쉽지 않으며, 그나마 남은 이른바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역시 교수나 교사를 빼곤 60세가 정년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철밥통 월급쟁이라도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해야 자식을 전문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한데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고시를 합격하면 30세가 넘어 부모의 입장에선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턴․레지던트 때는 월급이 적기 때문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기에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월급쟁이 시절이다. 만약 배우자가 직장을 가지고 있어 수입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손자 우유값까지 걱정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식이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고 자신의 고생은 생각지도 않고 부모는 마냥 기뻐만 한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라고 하는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다.


기고자 : 시인 김병연(金棅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