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로 난개발 우려, 도시 기본 계획에도 어긋나
이번 101회 이천시의회 임시회에서 「도시 계획 조례」의 일부 개정안이 수정 없이 원안 가결됐다. 이천시는 두 가지 개정 이유를 댔는데 그 하나가 “관내 토목 건축사 사무소 대표자 간담회 때 규제 완화를 위한 건의 사항”과 “인근 시군의 개발 관련 법령을 비교 벤치마킹한 결과를 조례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천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에게 이천시는 이미 난공불락으로 소문나 있다. 인근 시군에 견주어 개발이나 건축 허가를 내기가 유난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민원 중에서도 개발 관련 민원이 많고 또 사연도 복잡하다.
토목이나 건축 인허가에는 상당히 기술적인 문제가 개입된다. 따라서 담당 공무원의 의지나 관련 법규의 해석에 따라 일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일이 되던 안 되던 모두 시비거리다. 이천시의 고충이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의 주관적 판단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을까’로 모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인근 시군의 조례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이천시 도시 계획 조례」의 ‘개발 행위 허가의 기준’을 바꾸자는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 개발 제한 무력화한 유례없는 도시 계획 조례 개정 | ||
그러나 표에서 보듯 인근 시군의 법규를 보면 개정 전의 허가 기준은 이미 인근 시군에서 가장 완화돼 있다. 개발이 가장 활발하다는 광주나 용인에 견주어 보더라도 경사도나 입목 기준이 결코 까다롭지 않다. 그런데도 경사도를 25도로 높이고, 입목 기준도 입목 축적 산정 방식으로 변경해 120%로 높였다. 경사도의 경우는 기준보다 높더라도 개발의 당위성만 있다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엄청난 난개발이 예상되고, 경기도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기준을 조례로 못 박아 놓은 이유는 뭘까?
두 번째 이유는 “건축법의 용도 분류 체계가 변경되고 이에 따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상위법에 부합하도록 추진”했다는 것이다. 개정된 이 법률이 올 4월 20일부터 시행된 것은 맞다. 그런데 동법 제63조 ‘개발 행위의 허가 기준’에 따르면, 여전히 녹지 지역 또는 계획 관리 구역으로서 수목이 집단적으로 생육되고 있는 지역은 허가 제한을 계속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건교부에 문의를 해보았지만 조례 제정은 지자체장의 권한이지 확대나 축소하라는 지시는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천시는 왜 조례안 개정을 강행했을까?
이천시의 도시 행정 담당 공무원은 우선 “인허가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을 줄여 민원으로 인한 분쟁을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민원인들에게 학계의 인사들로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는 오히려 까다롭고 성가신 존재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민원이 종국에는 어디로 향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이천시의 개정안에는 개발이 늘면 그만큼 세수가 늘거라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이런 곤혹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의회는 무엇을 한 것일까? 행정 집행자인 이천시와 조례를 제정하는 시의회가 동병상린이란 얘기인가. 어째서 개정 이유와 일치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그대로 수정 없이 통과시켰단 말인가? 이 의문의 정점은 모 지방 일간지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특혜 의혹에 쏠린다. 누구를 위한 개정이었냐는 의문을 풀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이천시의회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한 도시 계획 전문가는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아마 경사도 20도 입목 기준 100%가 이번에 확정될 이천의 도시 기본 계획 기준일 겁니다. 이 기준을 25에 120으로 넓히면 그만큼 개발 대상 적지가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건교부의 도시 계획 수립 지침에 보면, 수립 과정에서 환경 평가 검증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고, 이때 표고와 경사도는 가장 기본적인 검증 항목이기 때문이다.
“20년 후의 인구 증가와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을 예측해 짠 도시 기본 계획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도시 경관 구조나 생태 자연도나 녹지 자연도에도 자연히 영향을 주게 되지요. 도시 기본 계획이 승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에둘러 조례를 바꾸어 버린다면 도시 기본 계획은 왜 만드는지 묻고 싶네요. 도시 전체를 염두에 두고 조례를 바꾼 게 아니라 소수의 민원을 우려해 조례를 바꿨다면 문제가 됩니다. 표고 20이 넘어가면 토지 형질 변경만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거든요. 제한 기준은 보편적인 수준에 맞추고 심의를 통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입니다.”
지나친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20년 후의 이천을 난개발로 어지럽힐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해야 할 의무가 이천시에 있다.
입목본수도는 현재 자라고 있는 입목의 본수나 재적을 그 임지의 적절한 본수나 재적에 대한 비율(100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100%가 넘는다는 것은 환경적 보전적 가치가 완전한 숲을 말한다.
경사도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수해 등의 피해를 방지하게 위해 경사가 급한 곳의 개발을 제한하도록 한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