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가 세상 밖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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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가 세상 밖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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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 책벌레 피요』

비비안 만소우르 만수르 글/
정희경 그림/
권미선 옮김/ 펴낸곳 하얀 풍차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온 것일까?
이 세상 어딘가에 그걸 설명한 책이 있을 거야.”

 

도서관에 사는 책벌레 피요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피요를 ‘나’로 바꿔서 읽는다 해도 조금도 어색할 것이 없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작가는 우화적으로 재미있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을 명성과 달리 시시하게 읽은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 『책벌레 피요』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피요의 할아버지가 두꺼운 사전 두 개 사이에 깔려 돌아가시자 책벌레들은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모인다. ‘모범적인 책벌레’ ‘착한 벌레이자 동료였다’등 그런 연설을 늘어놓는 가운데 지루해진 피요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책에 있는 기호들을 보고 갑자기 궁금증이 일기 시작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피요는 도서관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희귀본 책에 살고 있는 폴리카르포 할아버지를 찾아가 인간의 문자를 배우게 된다. 책들을 읽기 시작한 피요는 자신의 삶이 변화했다고 깨닫는다.

그리고 책들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은 피요는 더 이상 책을 갉아 먹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자 책을 먹지 않는 이상한 책벌레, 공부와 명상에만 빠져서 ‘왕따’로 지내온 폴리카르포 할아버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피요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 책 한 권을 구해 오라는 부탁을 한다.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 순간에 우리 책벌레들이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졌단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온 것일까? 우리는 왜 태어나서 책을 먹으며 살다가 죽는 것일까?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이란 책을 몽땅 뒤져서 다 읽어 보았지만 대답을 찾지 못했어. 이 세상 어딘가에 그런 것을 설명한 책이 있을 거야.” 폴리카르포 할아버지의 이런 말을 들은 피요는 자신의 종족들의 일상이 한심하고 지겨워 보이기까지 하자 세상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한다.


바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몽땅 다 읽고서도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던 폴리카르포 할아버지가 피요를 세상 밖으로 내 보낸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피요가 도서관에서 읽은 콜롬버스의 전기에 나온 내용의 일부분처럼 그렇게 인생을 탐험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피요가 대출되는 책 속에 숨어 나가 세상 밖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이 책 속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볼품없는 한 남자가 자신의 연인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을 헌 책방에서 산다. 그리고는 이 남자는 그럴듯한 시 한 편을 베껴 쓴 뒤 자신이 쓴 것처럼 하여 연인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시를 읽은 연인은 언어의 혁명을 일으킨 천재시인 파블로의 네루다의 평을 이렇게 내린다. “나쁘지는 않네요. 아름답기는 하지만… 단순하네요. 조금 더 노력해야 하겠어요.”라고. 아무리 훌륭한 시라고 하여도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 혹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 것이리라.


이렇게 피요는 책을 통해 이동하면서 다양한 인물들과 동물들을 만나는 모험을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책벌레인 피요가 어떻게 이동을 하는지가 너무나 그럴듯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또한 인간에 대한 조소, 유머, 풍자가 들어있는 이 책을 어린친구들만 읽어 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재밌는 책은 어른들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길일행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방과 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엄마는 4학년』,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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