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를 괴롭히는 ‘저’ 엄마친구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쭈~욱 공부를 ‘저렇게’ 엄청나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요?
안심하세요. 이런 친구는 없습니다. 착시 현상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묘한 오해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 ‘공부하는 머리는 타고 나는 것이야.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지.’ 둘, ‘공부에는 왕도가 없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반복하면 잘할 수 있어.’ 셋, ‘공부에도 다 때가 있는 법! 때를 놓치면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에 따라 잡기 힘들어.’ 등등...
공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서로 모순이 되는 것이 많습니다. 답을 찾아보려 하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갈팡질팡. 그러다보니 자신의 현재 상황을 무시하고 남들 보는 책, 남들 다니는 학원에 가서 황금 같은 방학을 까먹고 있을 우리 불쌍한 선수들... 아무튼 힘냅시다. 힘내서 함께 ‘엄마친구 아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학창 시절 내내 공부 잘 하는 ‘엄마 친구 아들’은 없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해서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엄마 친구 아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고등학교 졸업 때, 전교에서 수위를 다투는 우등생 열 명 중에 이런 학생은 많아야 실제로는 한두 명에 불과합니다. 그럼 나머지 아홉 명은? 그렇습니다. 중간에 언젠가 불쑥 솟아오른 친구들입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노는 것 밖에 몰랐는데 중학교에 가더니 전교 등수를 따지는 길동, 중학교 때는 그저 그랬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갑자기 공부를 잘 하게 된 철수,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서 혜성같이 등장한 영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위의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과거사를 캐물어 보면, 대부분은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자신이 용이 되었다고 진술합니다.
그럼, 이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놀다가 넘어져서 머리를 쿵? 전설의 과외 선생님? 예, 모두 당연히 아니죠! 정답은 반란입니다. 어느 날 용이 된 학생들이 ‘그 날’ ‘거기서’ 한 일은 반란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친구들이 보이는 공통점, ‘공부! 별거 아니네!’
공부에 자신이 없는 친구들은 공부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하고,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것은 막연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도합 12년 동안 최소한 한번은 누구에게나 용이 될 기회가 찾아옵니다. 용이 되는 그 반란의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추리해 보겠습니다.
나는 정말 공부를 잘 하고 싶어 하는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잘 안 된다고요?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지겹다고요? 자, 종이 한 장을 펼쳐놓고 심호흡을 한차례 하고나서 적어봅시다. 나는 정말 공부를 잘 하고 싶어 하는가? 왜? 폼 나니까? 부모님이 원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야 하니까? 얼마나 공부를 잘하고 싶은가?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전국에서 1등?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변해 봅시다. 나는 정말 공부를 잘 하고 싶어 하나? 진짜?
두 번째 질문, 공부는 정말 지겨운 것인가? 지겹도록 공부를 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긴 있는가? 무슨 이유로 무엇 때문에 지겨워하나? @_@
간단히 정답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공부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겨운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지겹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정말로 공부를 잘 하고 싶어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가 아닌 다른 일들, 게임, 친구, TV 등 다른 뭔가를 공부보다 더 즐기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 공부를 즐기는 사람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일단 용이 된 친구들이 공부를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공부가 쉽다는 뜻이 아니고 공부가 즐거워졌다는 의미입니다.
공부를 진짜 잘하고 싶어 해야 반란이 가능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지면 이런저런 상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꿈, 부모님도 선생님도 모두 놀라고... 수학 공식들이 머릿속에서 둥실둥실 떠다니고, 영어단어들이 명령대로 움직이는 꿈... 몽상... 로또를 사 놓고 꾸는 꿈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당첨 확률이 놓습니다.
이런 꿈들이 깊고 두터워진다고 몰랐던 수학 문제를 갑자기 짠하고 알게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꿈이 깊어지면 이런 변화가 생깁니다.
어려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는 시간이 별로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학습계획을 세우고 지키려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책상에 앉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는 맑다.
어려운 과목과 쉬운 과목은 있지만, 싫은 과목과 좋은 과목은 없다고 느껴진다.
남보다 잘 그리고 빨리 공부를 할 자신은 없지만, 자신의 공부리듬에 대한 느낌이 있다.
‘세상에 쉬운 것이 공부’라고 친구들에게 떠벌리다 왕따 협박을 받기도 한다.
3개월이면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공부의 적, 반란의 적은 공부가 아닙니다. 내부의 적은 자신의 부족한 ‘꿈’이고 외부의 적은 자극적인 즐거움으로 ‘용의 반란’을 저지하는 것들, 인터넷 게임의 고 레벨의 유혹, 쉬지 않고 돌아가는 TV 편성표, 풍선처럼 자꾸 커지는 친구와의 수다 등등입니다. 해롭지는 않지만 지나치면 안 됩니다. 치명적입니다. 반동들입니다. 방법은? 과감히 잘라야 합니다.
주요 적들과 반동들은 단칼에 제거해야 합니다. 특히 게임은 눈 딱 감고 끊어야 합니다. 한 달만 정지하면 겜친구들은 사라집니다. 친구들에게 조용히 안녕을 고하세요. 게임자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게임은 결정적으로 공부시간을 좀먹습니다. 자신에게 유일한 그 한 번의 반란의 시기가 왔다고 느껴지면, 게임만큼은 반드시 접어야 합니다. 타협하면 안 됩니다. 반란에 성공한 후에는 맘껏 게임을 해도 됩니다. 게임을 끊으면 반란은 반 이상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다른 적들은 살살 다뤄도 대충 정리가 가능합니다.
반란 초기에 친구들이 주로 직면하는 어려움은 ‘부족한 기초’입니다. 공부 좀 하는 친구들이 보는 참고서나 문제집은 아무리 봐도 모르겠고, 선생님 설명도 도무지... 방법은 간단합니다. 구할 수 있는 책들 중에 제일 쉬워 보이고 제일 얇은 책을 선택합니다. 창피하다고 느낄 필요 전혀 없습니다. 반란이나 혁명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텍스트를 결정했으면, 반복합니다. 한 과목 한 과목... 한 책 한 책... 한 장 한 장...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재빠르게... 보고 또 봅니다. 외우고 또 외웁니다.
용의 반란이 성공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냐구요? 꿈이 충만하면, 3개월이면 누구나 용이 될 수 있습니다. 딱 3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