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황우석 그리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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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황우석 그리고 우리는~
  • 이천저널 편집국장
  • 승인 2007.08.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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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심형래 씨가 만든 영화『디-워』로 올 여름 영화계가 뜨겁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인 9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지난 13일에는 500만을 넘어섰다. 폭발적인 관객 동원도 화제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애국심’ 마케팅 방법을 둘러싼 논쟁이 더 뜨겁다.  


외국어에는 영화를 지칭하는 말이 여러 개다. 프랑스어에는 ‘필름(film)’과 ‘시네마(cinema)’란 말이 있고, 영어에는 여기에 더해 ‘무비(movie)’라는 용어도 있다. 다 영화를 뜻하는 말이지만 그 말의 어감은 조금씩 다르다. 아시다시피 ‘필름’이란 빛과 화학적 작용을 해 어떤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셀룰로이드를 말한다. 영화를 찍고 버린 폐필름들을 밀짚모자 테두리로 많이 쓰던 시절도 있었다. 이 필름에 기록된 정지된 영상들이 영사기를 거치면서 우리에게 움직이는 이미지와 소리를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영화를 필름이라고 말할 때는 이런 과정에서 유추된 영화에 대한 미적, 철학적 의미를 담게 된다.  


시네마란 본래 영화 상영 전용극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구경거리로서 대중들로부터 그 쓰임을 인정받으면서 영화는 장사의 수단이 됐다. 모든 장사꾼들이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궁리한다. 따라서 일정한 공간에서 입장료를 받고 영화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시네마란 말에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상품’이라는 상업적 지위가 더 크다. 


무비는 활동사진이란 뜻으로 영화가 지닌 가장 원초적인 매력, 곧 ‘움직임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장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편집에 의해 이루어지듯이 이 말에는 대중들에게 어떤 사회적, 정치적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 숨어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이 모든 요건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한 인간이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직업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완전하지 못하다고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실패한 사업가라도 그의 아들로부터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는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심형래의 『디-워』는 어느 쪽으로 보아주는 것이 옳을까? 그의 영화가 철학적 미학적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그의 영화에 대한 모든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면 순수하게 작품으로 홍보하지 않고, 애국주의를 부추긴 그의 마케팅을 비난하는 일이 옳을까?  


모두 가능한 비판이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내가 알기에 어떤 영화에 대해 이런 식의 폄하와 야유가 뉴스가 되어 공개적으로 떠돌아다닌 예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영화계가 늘 일정한 수준의 ‘깐깐한’ 영화만 만들어냈다는 얘기인가? 물론 동의할 수 없다. 이를 둘러싼 많은 문제 가운데 내가 혐의를 두는 것은 ‘충무로’로 상징되는 우리 영화판의 주류에서 그가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아시다시피 그는 코미디언이다.


황우석 사태도 이와 비슷하다. 황우석 교수가 받아야 할 비난은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한 논문에 제시한 증거들이 누구에 의해서건 ‘조작’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결함’ 하나로 모든 것을 잃었다. 물론 이 여론의 폭풍은 그가 이루어 놓은 다른 의미 있는 성과들마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정도’가 심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역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여기에도 주류 문제가 적용된다. 그는 우리나라 의학계의 주류가 아니었다. 그는 수의사였다.


내과 의사만을 ‘닥터’라고 부르는 이 폐쇄적인 의학계에서 그것도 사람을 다루는 의사도 아니고 소나 돼지 같은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에게 첨단 의학의 상징을 넘겨주어야 했던 의학계는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결국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의학계는 변호는커녕 최소한의 진실도 말하지 않았고, 들끓는 여론에 침묵했다.


그렇다면 우리 이천 지역 사회는 어떨까? 우리도 혹시 이천 출신이 아니라서, 그가 내가 속한 단체의 회원이 아니어서 그를 은근히 밀어낸 적은 없었는가?  혹시 그의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같지 않다고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세운 적은 없지 않는가? 패거리를 지어 끼리끼리 노는 사회는 고인물과 같아서 반드시 부패한다. 게다가 요즘 같은 급속한 변화의 시점에서 그 위험은 치명적이다.   

말 난 김에 올 여름엔 꼭 영화 한편 봅시다! 그리고도 좀 허전하면,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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