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시내 모 산부인과 앞에서 벌어진 굿판은 28일까지 6박7일 동안 계속되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일이 있은 지 이틀이 지난 30일, 병원측 관계자가 본지를 방문했다. 해당 병원이 유니세프에서 주관한 ‘2008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에 지정돼 임명식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가져온 것.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이란 유니세프에서 벌이고 있는 모유수유 권장 사업으로 주요 평가기준은 ‘성공적인 모유먹이기 10단계’를 잘 실천하는 병원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 산부인과가 가장 높은 점수로 지정됐다는 것이다.‘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아이러니하게도 시기가 좋지 않았다. 시민들은 그간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모유수유를 하려해도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석달이 지난 현재, 유족들은 아기를 잃은 슬픔과 억울함을 호소하며 생업을 포기하고 병원측과의 싸움에 매달리고 있다.병원측에서는 유족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접근금지가처분 신청까지 내놓은 상태다. 또한 유인물을 통해 내놓은 병원측의 입장에서 ‘유족들이 거액의 돈을 요구해 합의할 수 없었다’는 항목에 대해 유족들은 “아기의 목숨을 돈으로 흥정한 사실이 없다”며 병원측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렇듯 고소고발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사건은 점점 양측간의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족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병원측의 도의적인 책임과 원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자 하는 것.
그러나 병원측 입장은 다르다.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게 되면 병원측의 의료과실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 그래서 병원측은 보험회사에 모든 절차를 일임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병원측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찌됐든 목숨과도 같은 자식이 죽었는데 그 슬픔이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조금이나마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보였어야 할 것이다. 법적인 책임은 후에 따지더라도 일단 아기의 죽음에 대해 함께 애도하는 마음이라도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법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병원측의 태도는 유족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고, 이어지는 고소 고발은 또 한번 유족들의 가슴에 불기둥이 치솟게 했다.굿판이 벌어진 이후 병원측에서는 병원 주변에 미리 집회신고를 해 놓아 유족들은 더 이상 집회를 할 수 없는 상태. 이에 유족들은 유인물 등을 통한 또 다른 시위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이 병원에서는 분만도중 또 한명의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족 부부인 이들은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이후 병원측의 명예훼손 고발로 시위를 중단했다.이들의 요구 또한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병원측의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만 있었다면, 진정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이란 호칭이 이리도 무색하게 들리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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