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선 조합장 “21일 상품화시켜 시중에 유통”
첫 햅쌀… 기존 조생종 보다 높은 가격에 시판땡볕이 내리쬐는 지난 19일 오후 3시 농경지로 둘러싸인 이천시 고담동의 한 논에서 콤바인을 이용한 노지 벼베기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변 농경지는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이제 갓 이삭이 영글어 가고 있는 정도다. 조생종인 히도메보로 종의 경우 빨라야 8월말이나 9월초쯤 수확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이날 수확한 벼는 조생종보다 최소 열흘에서 보름정도는 앞당겨 수확한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특수한 농법 재배? 아니면 하우스 재배? 하지만 이도 저도 절대 아니라고 한다.
이 벼는 다른 농가와 똑같이 지난 4월 30일 모내기한 순수한 벼다. 그러고 보니 이천에서 순수 벼베기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로 이 특이한 품종을 수확한 주인공은 15년째 논농사에 종사하고 있는 강길원(52·고담동)씨.
그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귀한 벼 품종을 자신의 논 2000㎡에 심어 남들보다 일찍 수확의 기쁨을 맛 봤다. 벼 자람 상태는 다른 벼에 비해 다소 작은 편이지만 도복현상이 적어 나름대로 성공적이라 했다. 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도복현상(벼 쓰러짐)이 적어 거의 90%가까이 안성맞춤형 벼가 생산된 것 같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강씨는 지난해 이웃한 두 농가와 함께 40마지기(8천평)에 이 품종을 사용했다 된서리를 맞았다. 50%정도가 도복현상을 보였던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일기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비료를 많이 쓴 게 원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오리들의 접근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생종임에도 불구하고 밥맛은 좋았다고 한다. 실패를 감수 하고 다시 씨를 뿌리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뭔가 획기적인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비료를 적게 주고 오리접근을 피하기 위해 주민통행이 많은 논을 택했다. 이 결과 도복현상이 적었고, 오리접근을 막는데 성공했다. 강씨는 “밥맛이 좋아야 할 텐데…”라며 벌써부터 걱정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최고의 밥맛을 지닌 획기적인 조생종 탄생을 한껏 기대하고 있다.
이날 수확한 벼는 배년도 볍씨 할 것을 제외하곤 전량 대월농협 미곡처리장으로 보내졌다. 쌀로 치면 약 아홉 가마 정도 되는 규모다. 대월농협은 20일 건조 작업과 함께 도정을 거쳐 21일쯤 첫 ‘햅쌀’로 시중에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최창선 조합장은 “다른 햅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시판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비록 생산량이 적지만 이번에 성공을 거둔 만큼 내년부터는 생산량을 늘리도록 적극 권장해 농가 소득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놀라운 발견’ 희귀 품종은 누가 발견했나
강길원씨는 이 품종을 이웃 농가인 한태희(54)씨로부터 전해 받았다고 한다. 강씨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2003년 추청벼를 심은 자신의 논에서 수확을 한 달 가량 앞둔 어느 한날 누렇게 익은 한줄기 벼 이삭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한씨는 혹시 이 볍씨가 조생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볍씨로 보관하고 있다 이듬해인 2004년도에 자신의 논에 직접 파종했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생산돼 온 이 희귀종은 수년간에 걸쳐 증식을 통해 강씨를 비롯한 이웃 농가에 보급됐다.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연구와 실패 끝에 거의 완성품에 가까운 품종을 일궈낸 것이다. 순수 농민들의 힘으로 특수방법이 아닌 자연적인 농법으로 조생종을 개발하게 된 셈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이 품종에 대해 성분을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추청벼’의 일종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기술센터는 현재 DNA성분을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이 품종에 DNA를 분석한 결과 추청벼에 가까운 품종으로 나왔었다”며 “그러나 수확시기가 추청벼의 특정과 전혀 맞지 않아 현재 의욕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생산된 쌀의 단백질 함유량과 아밀로오스, 심미 테스트 등의 밥맛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유전자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며 “정확한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조생종으로써의 획기적인 품종이 탄생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천지역의 경우 8월을 전후해 이천쌀이 동이 난다. 만약 이 품종이 제대로 개발된다면 햅쌀이 나오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을 메울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즉 농가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는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강씨는 “(희귀 품종에 대해)어느 정도의 농업 기법을 터득한 이상 내년에는 올해 보다 훨씬 많이 심을 예정”이라며 “향후 좀 더 확실한 품종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 품종이 널리 보급돼 이천지역 모든 농가에 소득이 증대되길 희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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