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김정자’ 홈페이지 개설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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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김정자’ 홈페이지 개설이 꿈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8.04.2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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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 컴퓨터로 제 2인생 설계
무작정 온 이천 “공기 좋아 아토피 뚝”
신둔주민자치센터 컴퓨터 수강생 변신
고령에도 불구 거침없는 질문 ‘우등생’
“선생님~, 다음 순서가 뭐였죠? 첨부파일이 안 열리네요?” 혹여 라도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거침없이 손을 들고 질문하는 김정자(66) 할머니. 김 할머니는 요즘 신둔면주민자치센터에서 배우는 컴퓨터 수업에 푹 빠졌다.
“배운 것을 잘 활용하시고 특히 호응도가 높은 학생이에요. 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서 눈을 맞추고 대답도 제일 크게 하시는, 한마디로 가르치는 보람이 팍팍 느껴지는 학생이죠.”
신둔주민자치센터 컴퓨터교실 윤정연 강사의 평.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김 할머니는 십여명의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우등생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컴퓨터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요리사 김정자’의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경남 김천이 고향인 김 할머니는 30여년을 서울에서 생활하며 요리사로 제법 이름을 날렸던 유명인사다. 젊은 시절 한식, 일식, 중식 등 모든 조리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궁중음식에까지 도전한다.

인간문화재이며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인 황혜성 교수에게 직접 전수받은 김 할머니는 이후 6년여간 궁중음식연구원 회원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전통음식을 보급하는데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청정원, 농심 등 웬만한 CF요리는 거의 김 할머니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혼례음식 등 전통음식 보급으로 VJ특공대 등 방송출연도 간간히 했던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런 김 할머니가 지난 2003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이유는 없다. 그냥 무작정이다. 남편을 잃고 적적해진 할머니는 평소 동경하던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신둔면 인후리에 노후를 위한 삶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이천이요? 단지 평소 알던 쌀, 도자기의 고장이라는 이미지가 좋아 무작정 내려왔어요. 내가 복이 많은가 봐요. 노후에 자리를 참 잘 잡은 것 같아요. 물이 맑아서인가, 평생 고생하던 아토피까지 싹 나았다니까요.”

물 맑고 공기 좋은 이천에 푹 빠진 할머니의 이천예찬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컴퓨터 배우는 게 보통 일은 아닐 듯 싶은데. “이천에 오기 전 초급정도는 배웠었어요. 이대로 나이를 더 먹으면 그나마 배운 것도 잊을까 싶어 중급과정에 도전했죠. 이젠 제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배운답니다.”

슬하에 자식이 없는 김 할머니는 이천에 내려올 즈음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무작정 떠나셨단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하기도 한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멋진 재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궁중음식전수자답게 혼자 사는 살림이지만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을 손수 만들어 드시는 할머니는 가끔 지인들이 찾아올 때면 이천에서의 전원생활을 자랑하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수업이 없는 날이면 텃밭 가꾸랴, 병아리 키우랴 집안 소일거리로 분주한 가운데 성당에서 하는 지역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김 할머니는 더 없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이젠 힘에 부쳐서 옛날처럼은 일 못해요. 그래도 요리사 김정자를 기억하고 내 음식을 찾던 사람들에게 안부인사차, 또는 소일거리삼아 된장,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와 전통음식 등을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교류하고 싶은 게 마지막 꿈이죠.”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것도 타향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정진하는 김정자 할머니를 만나고 오는 길, 새삼 지나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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